오랜만에 햇살이 하루종일 쨍한 날이었다.
비에 지친 식물들이 해가 나면 쌩글 해질 것 같은데
오히려 늘어지는 애들이 있다.
비에 지치고, 더위에 지치고 그러는 모양이다.
며칠 전
뭔가에 바빠서 실수로 구피 밥이
좀 많다 싶게 어항속으로 흘러 들어가고 말았다.
마음이 바빴던 탓도 있었고,
그 구피 먹이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가 싫어서
조심스럽게 살짝만 털어 넣는다는 게
살짝이 안 되었던 거지
밥 많이 주면 물이 밥 때문에 뿌애져서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왠지 한시도 가만 안 있던 구피들의 움직임도 둔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검색해 보고는 정수기 물도 괜찮다고 해서 갈아 주었다.
그런데 물이 차가웠던 걸까?
구피가 열대어라더니..
분명 그냥 정수기 물이었는데
움직임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저것도... 우리 집에 와서 한 달도 못살고 가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에 살짝 겁이 났다.
밥을 주려 하면
밥 주는 줄 아는 것처럼 앞에 와서 알짱거리더니 그것도 안 하고
밥도 잘 안 먹는 것 같고..
그래서 자꾸 신경이 쓰였다.
그러기를 하루하고 한나절쯤..
오늘 아침 눈 뜨자마자 살펴보니
초랭이 방정을 떨며 돌아다닌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나 잡아 봐라~ 놀이라도 하는 듯..
힘차게 유영하는 구피들이 어찌나 반갑던지
한참이나 들여다보고 있었네.
혹시 잘못될까 봐
좀 불편했는데
오늘 생글생글 해진걸 보니 안심이다.
앞으로는 물 갈아 줄 때 조금 더 신경을 써야겠어.
하루정도 상수도 물 받아 놨다가 갈아주는 게 제일 좋다니
그렇게 해야지..
구피도 자꾸 보니 귀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