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만에 개인 하늘이 반갑다.
비상 걸려서 48시간 근무하고 들어가는 길에
집에 가서 밥 먹기 귀찮아 집으로 왔다는 아들..
오는 길에 전화를 했다는데 못 들었다.
아니 초저녁 잠이 많은 남편이 잠들어 있을 때 아이들 전화 오는 일이
종종 있어서 진동으로 해 놓았는데
잘 못 듣는다.
거기다 부실한 내 폰은 부재중 전화 알람이 뜨지 않아서..
폰이 좀 오래되기는 했는데
다른 알림은 다 뜨는데 부재중 전화만 안 뜬다.
설정을 바꾸어도 요지부동이다.
통화기록 들어가서 확인해야 하는데
그게 습관이 되지 않아서 전화 온 줄도 모르고 있을 때가 많다.
아들이 벨소리를 좀 작게 놓으라 해서 그렇게 했다.
집안에서도 폰 들고 다녀 엄마! 하는데
그게 잘 안되네.
암튼 저녁 간단하게 해서 먹이고
멍뭉이 데리고 산책 나왔는데 하늘이 이쁘다.
내 눈으로 본 하늘의 느낌을 카메라가 제대로 담아 내지를 못하네.
약간 노을이 물들기 시작해서 이보다 더 이뻤는데 말이다.
여름엔 노을이 참 이쁜 계절인데 말이다.
요즘 비가 내리는 날이 많아서 노을 보기가 쉽지 않다.
비가 내려도 아주 많이 내려서 지하실에 물이 찼다.
그런 일이 별로 없는데 300미리가 넘게 내렸다더니
뒷골목 우수관이 감당하기에도 그 빗물은 많았던 모양이다.
남편이 펌프로 물을 품어 내려고 하는데 맘대로 되지 않아
한참을 애 먹었다.
새벽부터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보고..
예전 같으면 동네 누구 형님한테 부탁해서 좀 봐달라고 해도
몇 번은 했을 것 같은데
나이를 먹더니 좀 진중해졌다.
부탁하는 일에도 좀 신중해졌고,
늘 너무 숩게 부탁하고
너무 쉽게 남의 부탁을 내 일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어서
불만이 참 많았는데
저 사람도 나이 들어가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쪽으로 서비스하시는 친구분 있다면서 수소문해서
오셔달라 부탁해서
고쳤다.
확실히 전문가라 달라.
보자마자 여기가 깨졌네.. 하시는데..
어디? 하는 남편이 한참을 들여다보더니 아하.. 그래서
물을 못 끌어올렸구나.. 하더라고..
두 분이서 마당에서 펌프 고치고 나는 방 안을 정리하는데
창문으로 들리는 이런저런 말들..
우리 마눌은 어떻고...
우리 마누라도 그래...
우리 아들이 그래서.. 어쩌고...
아......... 우리 아들도 어쩌고 저쩌고...........
마눌이야 이러쿵저러쿵 친구에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해도
아들 이야기는 무용담처럼 이야기하는 거 별로 못마땅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고 지금은 아니니까... 싶기도 하지만
좀.. 조심해 줬으면 싶다는 생각 잠깐 들었지만
말하지 않았다.
그 사람 스타일대로 사는 거고..
그 친구가 먼저 스스럼없이 이야기 시작하는 것 같았으니
우리 집 남자를 내가 뭐 어떻게 이러쿵저러쿵할 수 있겠나 싶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애들 이야기는 조심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 잠깐 사이에 전문가 왔다 가니 펌프가 일을 시작해서 좋았다.
남편에게
진작에 부르지 그랬어. 어차피 우리는 잘 모르는 분야잖어. 했더니
할 수 있을 것도 같다고 생각했지. 그리고 일요일이기도 하고
부르면 또 출장비 나가야 하잖어.
펌프 한 두해 쓰는 것도 아니었고, 알 것도 같은데 안되드라고
그러긴 하지만 우린 한나절 가까이 붙들고 있었어도 거기 깨진 줄은
아예 몰랐잖아. 그렇게 전문가 불러 도움 받으면서
배우면 되는 거지. 했더니
그래 확실히 전문가라 다르기는 하더라..
안될 때는 스트레스받더니 물 빼고 나니 속이 다 후련하다.
근데 당신은 뭐가 마음대로 잘 안되면 짜증 올라 와?
스트레스 많이 받지?
나는 오히려 침착해지던데..
했더니
짜증 안 냈거든~ 하는데..
에이~ 짜증 나셨더니만.. 했더니 웃는다.
많이 유해졌다.
나이 덕인지
마누라 덕인지
세상 풍파 덕인지..
가능하다면 내 덕은 아니었으면 싶은 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