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편안한 하루하루(2023)

폭우

그냥. . 2023. 7. 14. 08:12

밤 내 빗소리에 뒤척였다.

폭우다.

한 달 가까이 예쁜 모습을을 보여주던 접시꽃이

누웠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정말 나무보다도 튼튼해 보이던

아이도 허리를 굽혔다.

다른 여린 꽃들도 같이 뭉개질까 봐

싹둑 잘랐다.

비 묻은 접시꽃 가지가 묵직하다.

오히려 여리여리 한 애들은 유연해서 그러겠지만

잘 버티는데

건강해 보이는 애들이 쓰러지만 폭 하니 꼬꾸라진다.

아직은 조금 더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꽃이 무거운 건지

아님 여물어가는 씨앗이 무거운 것인지 

나이를 먹어 줄기에 골다공증이 생긴 건지

아니야 비가 많이도 내리기는 했어.

그래도 아직 꽃을 많이 달고 있는 하얀 접시꽃은 꽃 꽃한데

확실히 씨앗 여물게 하느라 줄기 속이 빈 모양이다.

커피 한잔 마시고 멍하니 좀 앉아 있다가

청소기나 좀 돌려야겠다.

비가... 정말 많이 온다.

 

'지나간날들 > 편안한 하루하루(2023)'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인 하늘  (0) 2023.07.16
조용한 밤  (0) 2023.07.15
비 내리는 날  (0) 2023.07.13
뭐가 맘에 안 드시나  (0) 2023.07.12
멍뭉이에게  (0) 2023.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