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비가 내린다.
비가 아니면 꽃밭 앞 그네 의자에 앉아 있어도
모기가 달려들지 못할 것 같은 바람도 분다.
나뭇가지가 스아아 스아아 소리를 내며
흔들린다.
우두두두둑 빗소리와
나뭇잎 사이로 바람 지나가는 소리
오늘은 종일 눈팅하느라 바빴다.
집 고쳐 들어 갔다고 동생네는 흔들의자를 두 개나 사 주었고,
언니도 거금을 보내 왔는데 손안의 모래 알처럼 흩어져 버렸다.
다음 달에 채워 넣어서 전기레인지용 냄비세트랑 팬을 사려고 한다.
오늘은 엄마가 또 금일봉을 보내오셨다.
자꾸 통장 번호 불러달라 해서
그럼 밥국그릇세트 사게 이십만 원만 보내
더 보내면 되돌려 보낼 거야.. 했는데
거금을 보내오셨다.
이러쿵저러쿵 설전이 오갔지만 엄마를 이겨 먹을 수는 없다.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밥국그릇 세트만 사려다가 우리 식구 먹을 6인홈세트 주문해 놓고..
커피잔도 주문하고..
또 엄마가 사 주고 싶어 하셨던 이불은
매장 가서 보고 인터넷 알아보고 사려고 한다.
엄마가 주신 거는 티 나게 사서 확실하게 인증 샷 찍어
보내 드려야지..
언니 것도 마찬가지고..
언니가 보내 준 거로는..
두 개를 사서 언니 하나 보내줄까... 그러고 있다.
그래야 마음 편할 것 같아서..
비 오는 날..
하루종일 폰이랑 눈팅했더니 이것도
쉬운 일 아니네.
이 시간에 배가 고파..
이게 무슨 일이야.
뭘 먹자니 귀찮고
그냥 자려니
살찌려면 하루 다섯 끼는 먹어! 하던..
어느 분의 농담 섞인 말이 생각나서 웃음이 나네
다섯 끼는 아니어도
배고프다는데 뭔가 채워야 하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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