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뭉이에게 기다림이란 일상일까?
일상이면 평생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끝이 나고 마는 걸까?
남편이
출근하거나 낮에 볼 일 보러 나가면 기다리지 않는다.
잘하면 멍멍! 두어 번 해 주던가
아님 가든지 말든지.. 한다.
그런데 저녁에 약속이나 모임이 있어 나가면
저러고 온 마음을 다 바쳐서
기다리다 죽을 것처럼 기다린다.
사실 잘 모르겠다.
사람을 기다리는 건지 사람이 귀가하면
떨어지는 자기 몫의 간식을 기다리는 건지
모르겠는데 기다린다.
간식을 저 정도로 기다린다면 간식 중독인데..
사진 찍어 보냈더니
자기 가다리는 것은 멍뭉이 밖에 없다며 이뻐라 한다.
가장이 들어와야 편안한 모양이다. 우리 집 멍뭉이도..
저만치 옆집 담장 멀찍이 야옹이 한 마리가 앉아 있다.
비그친 저녁이어서 그런지 선선하니 좋은 모양이다.
저기 앉아서 내가 여기 노토북을 켜는 것부터 한참을 지켜보더니
멍하니 밤공기를 즐기고 있는 모양이다.
저 고양이도 나처럼 멍 때리기? 흐흐흐..
멍 때리기 말고 다른 뭐 좋은 말 없나.
그래 사색을 즐기는 거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오늘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고 하더니
간간이 쏟아지다 말다를 반복했다.
지난번에 뿌린 매발톱씨앗이 발아했기에..
90프로는 매발톱씨앗이 맞는 거 같은데 10프로 정도는
긴가 민가 해서...
아니야 맞을 거야.. 그래서
지금 이 장마철이 씨앗 발아하기도 괜찮은가 싶어서
아껴 두었던 매발톱 씨앗을 모두 다 뿌렸다.
반그늘 정도의 나무 아래나 담장 아래 가까이에..
절반만 발아해서 살아 준다 해도 나는 내년에는
매발톱 부자가 될 것이 분명한데
잘 발아할지 모르겠다.
사실 작년에는 모종판에 씨앗을 심어서 발아시켜 한참을 더 키우다가
옮겨 심었는데
쉽지가 않더라고.
발아할 때까지 절대 물 말리면 안 되고
씨앗이 하도 작아서 뭉쳐 뿌려진 부분은 속아내야 하고
속아낸 것이 아까워 다시 심어도 옮겨 심어 놓으니
너무 작아서 이게 겨울을 날까 싶었거든
근데 우연히 자연발아 한 아이는 오히려 튼튼하게 잘 자라는 것을
봐온 터라 절반만이라도 아니 십분의 일만이라도
발아해서 자리 잡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가 오네..
창밖 비가림 처마에 또독 또독 빗방울 미끄러지는 소리가 들리고..
가로등 불빛이 반짝반짝 이슬 같이 맺혀있네.
고양이가 얌전히 앉아 있어서 비 오는 줄 몰랐는데
저 고양이도 비를 좋아하나 보다.
아님 육아에 지쳐 그냥 휴식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친구 전화.
비가 오면 내 생각이 난다는..
비가 하도 많이 와서 전화했다며..
비가 오니까 별 생각이 다 난다면서 자기
술 마신 무용담을 들려주는데
친군데...
근 40년 아니 딱 38년이 넘어가는 친군데 난 처음 듣는 이야기다.
네가? 했더니
그래.. 내가 한다.
진짜? 했더니
그래 진짜.. 한다.
40년 지기 친구여도 붙어지낸 건 몇 년 안되니까
그러고 보면 우리는 1년에 한 번도 안 보고 사는 사이네
통화는 종종 하는데 얼굴 본 지는 아마도 나 아프기 전이었으니까
그것도 한 참 전이었으니까 7~8년에서 10년은 된 것 같네
보면 서로 놀래는 거 아니야?
네가 그 너 맞니?
왜 그렇게 늙었어! 하는 거 아닌지 몰라.
그렇게 오래 못 봤어도 어제 본 아이처럼 편한
친구가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거구나 싶다.
비 내리면 가끔 내 생각이 난다는 친구...
내가 아주 어렸을 적에...
고향을 떠나 오면서 그랬었다.
비 오면 가끔 내 생각해줘.. 그렇게 쪽지를 써서 줬던 것 같다.
그 부탁을 친구는 여전히 지키고 있는 모양이다.
나는 잊어버리고 사는 그 부탁을 가끔씩 상기시켜 주면서 말이다.
그때도 지금도.. 나는 비가 오면 그냥 서성인다.
그냥 마음이 바빠.
왜 바쁜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도 바빴어.
창가로, 꽃밭으로 마당으로 현관 앞으로...
전화기 들여다 보고..다시 창가로..
아직도 철이 덜 든 모양이야.
아니면 너무 허전해서 심심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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