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편안한 하루하루(2023)

엄마 치과

그냥. . 2023. 8. 3. 23:03

더운 날들의 연속이다.

날마다 비가 내릴  때는 더워도 좋으니 비나 좀 그쳤으면

했는데

날이 헉 소리나게 더우니 소나기라도 한 차례 내리면 좋겠는데

싶어 진다.

사람 마음이 참 이랬다 저랬다 한다.

오랜만에 담 위에 고양이가 널브러져 있네

제 키보다 몇 배는 높은 저 비좁은 담 위에서 어쩌면

저렇게 편안한 자세로 쉴 수 있는지

고양이란 참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엄마 치과 오시는 날이었다.

두시 반 예약..

엄마는 늘 조금씩 일찍 오신다.

그럼 또 대부분 그만큼 진료를 빨리 해 주시는 거 같기도 하다.

오늘도 두시 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고 두 시쯤 병원에 도착하겠지 싶어

두시 딱 맞게 진료 대기실에 도착했는데

엄마가 대기실 의자에 앉아 계신다.

접수했어? 하고 물으니 했다 한다.

아...... 이번엔 지각 안 하고 제대로 왔구나.. 했더니

엄마 화장실 갔다가 가자 한다.

진료 봤어? 했더니

봤단다.

이제 두시 됐는데. 했더니

오늘은 좀 일찍 왔더니 일찍 해주었다고..

점심시간이었을 텐데

교수님이 엄마 멀리서 다니는 줄 알고 서둘러해 주신 모양이다.

오늘은 지각 안 하고 제대로 도착했다 했더니

진료 끝나고 도착하기는 또 첨이다.

날은 덥고...

병원 택시 타는 곳 앞에서 엄마 택시 타고 출발하는 거 보고

나는 주차장에 내 차로 향하는데 

등줄기로 땀이 주룩이다.

엄마는 더 멀리서 전동차 타고 버스 타고 시외버스 타고

택시 타고 병원 오셨는데

나는 내 집에서 내 차 끌고 병원 오면서 덥다 덥다 한다.

몇 년 전에 

엄마가 여기 이 도시에서 임플란트를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내가 반대했었다.

임플란트 하려면 병원을 수도 없이 다녀야 하는데

내가 맨날 움직일 수도 없고,

엄마가 우리 집에서 쉬었다 가실 것도 아님서 어떻게

하려고 그러느냐고 그렇게 만류했었는데

결국 엄마 사는 곳에서 했던 이가 시원찮아서 이렇게

대학병원까지 다니고 보니..

엄마를 위한 마음이라고 우겼던 내 고집이

내 마음 편하자고 우겼던 내 이기심이었다는 사실에

발등을 찍고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지금보다 그때 엄마는 더 젊었고,

지금보다 그때 나 또한 훨씬 건강했던 것 같은데..

아닌가..

그때 한참 힘들 때였던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쨌건 내 사정에 엄마의 사정이

살펴지지 않았고, 지금 엄마가 이 고생을 하는구나 싶어

죄송한 마음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단 한 번도 언니도 동생도

내 탓을 하지 않았다.

네가.. 누나가.. 그때 그렇게 말리지 않았더라면... 해도

나는 할 말 없는데..

언니는... 나도 말렸어. 그 멀리로 치과 어떻게 다닐 거냐고... 해 주고

동생도 누나 잘못 아니야. 그땐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어.라고

말해준다.

이제 마무리 단계

몇 번만 고생하시면 치과 하고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둬도 된다..

엄마가 조금이라도 빨리 드시는 거에 대한 불편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안 그래도 입이 짧으신데 좋아하시는 거라도 잘 드셨으며 좋겠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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