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편안한 하루하루(2023)

비온다.

그냥. . 2023. 8. 9. 23:19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는데

지금 바람은 너무 선선하고 좋다.

들리는 빗소리도 이 정도면 딱 좋구나 싶을 정도..

오래간만에 선풍기 일 시키지 않고 창가에 앉아 빗소리를 들으며

노트북 앞에 앉았다.

마음 같아서는..

마무리되어 가고 있는...

그렇지만 적어도 두어 시간은 더 붙잡고 있어야 하는

가방 뜨는 것을 끝내고 싶었는데 놓았다.

안 그래도 뜨개질 오래 붙들고 있는다고 못마땅해하는 남편인데

화장실이라도 가려고 잠에서 깨었다가

없으면 분명 어디 있나 찾으러 다닐 거고

내 창가에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음 또 분명 

걱정을 들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는 해.

 대바늘은 아무리 많은 시간을 붙들고 있어도 뭐 그다지

피곤하다는 생각이 안 드는데

덜 익숙한 코바늘뜨개는 오래 붙들고 있으면 낯선 사람과

손 맞추어 일을 하고 난 후처럼 피곤하기는 하다.

어쨌건..

그래서 뜨개를 놓고.. 그냥 씻고 자야지.. 했는데..

씻고 나니 일기 안 쓴 것이 또 아쉬운 거야.

그래서 다시 내 창가 책상으로 왔다.

바람이 너무 좋다.

우산하나 들고 바람맞으며 걸으면 정말 정말 좋을 것 같은

비와 바람이다.

 

남편이 어제저녁을 먹고 나서 화장실을 들락 거렸다.

나랑 같이 저녁 먹었는데 나는 멀쩡해서..

뭐 그냥 그럴 때 있지~ 하고 말았는데..ㅎ..

내가 그럴 때가 종종  있으니 남편 일도 별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버릇 있다.

아침에도 배가 아프다고..

그래서 누룽지 끓여 줬다.

엊저녁에 뭐 잘못 먹었지?

내가 안 먹은 것이... 다슬기 장조림하고, 돼지고기김치치개, 그리고.. 낙지젓갈..

나머지는 같이 먹었는데... 했더니

다슬기 장조림 때문인가?
모르지 나는 안 먹었어. 어제저녁으로 끝났거든..

낙지젓갈 때문인지도 모르겠네.

찌개는 괜찮았을 거고... 하고는 병원 다녀오라고 했더니

괜찮다 하더니 영 늘어진다.

같이 병원 가줄게 가자고~ 했더니 아니란다.

남편이 아니면 아닌 것이다. 나처럼 미련하지는 않은 사람이니까..

그러고 늘어져 있는데 청소기 돌리기도 뭐 하고...

생각 없이 테이블 위에 늘어져 있는 것들을 보며 잔소리를 했다.

저것들 좀 정리하면 안 돼? 했더니

알았어. 한다. 그런데 그 목소리가 삐지신 게 느껴진다.

어찌어찌 청소하고 꽃밭 좀 둘러보고 빨래 널고...

점심때가 다 되어가는데도 길어지는 무거운 침묵..

많이 아프거나 삐졌거나..

풍겨나오는 분위기가 서운해서 삐진게 확실해 보인다.

아이고 아저씨 아픈데 내가 잔소리해서 서운해?

며칠 전 나 배탈 났을 때 당신은...

점심은 뭐 맛난 거 먹을까? 오므라이스 해주라.. 했었지.

그러고 또 커피 타달라 하고 배고픈데 뭐 먹을 거 없냐 하고.. 그것뿐이여.

속이 안 좋아 화장실 들락 거리고 헛구역질한다고

스트레스받는다고 반 농담 반 섞어 말했지.

하긴 그래 내가 좀 많이 비실대고, 잘 체하고 화장실도 잘 들락 거리는 거

알아.

그래서 어지간하면 혼자 말 안 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좋구나 알아채는 것까지는

내색하지 않으려 해도 티는 나는 것 같아 미안하고 고마운데 딱 거기까지잖어.

난 아파도 밥하고 빨래하고, 설거지하고 다 하거든...

당신은 내가 말한마디 했다고 서운햐셔?

나도 서운해. 다만 말을 안 할 뿐이지... 

쏟아져 나오는 말들을 남편 마음을 향해 내 마음으로 소곤 대곤..

점심으로 전복죽 해 줬더니 잘 먹는다.

오후 내내 머리 아프다 배 아프다 그러더니

언제 친구들이랑 연락되었는지 술 한잔하고 오겠다며 

데려다 달란다.

아프시잖아!

했더니 괜찮단다.

아니 아까까지 아프다고 그렀잖아. 오늘은 조심해야 는 거 아니야? 했더니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ㅎ...

그러고는 술 한잔 하시고 일찌감치 모시러 오라고 전화 와서 집으로

모시고 왔다.

나도...

이제..

이 나이 먹으니....

아프면 귀찮고,

밥 하기도 싫고,

누가 해 주는 밥 먹고 싶고....

그렇다는 거..

우리 집 남자도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

우리집 남자는 주방 일은 모른다.

할 기회도 없었을 뿐더러 하려 하지도 않는다.

나 병원에 입원 있을 때는 해 먹는다고 하는데

내 눈으로 안 봤으니 믿음이 안 가고...

이렇게 별거 아닌 일로 이러쿵저러쿵하고 있는데

사촌이자 친구인 아이의 이름을 알리며 폰이 울린다.

몇 번 전화가 왔었는데 안 받았다.

흐... 

나쁜...

그래 나는 나쁜 친구 맞다.

그냥 좀 부담스럽다.

살면서 나 지지리도 죽 끓이고 살 때.. 그래 나만 힘들게 사는 거 아니야..

한편 위로가 되기도 한편 동지애가 느껴지기도 했던 아이..

나는 들어주고..

갸는 털어놓고..

이런 관계... 이런 통화...

어느 순간부터 서서히 부담으로 느껴졌고 피하고 못 본척하고

또 안들은척 하다가 가끔 통화되면

늘 한결같은... 친구..

너무 한결같아서 내가 함부로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제 통화한 듯 그렇게 또.... 나는 듣고 갸는 쏟아내고...

그 아이가 아프단다..

왜?

왜!

왜 이렇게 힘들게 사는데 또 몸까지 아파야 하는지

안쓰럽지만 위로해 줄 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언제 한번 보러 가야지 싶다...

비 온다.

불어오는 바람이 좋다.

이 자리에 앉아 밤이라도 새울 수 있을 것 같이

기분 좋은 바람에 빗소리이다.

태풍은 제발 얌전히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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