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편안한 하루하루(2023)

아직

그냥. . 2023. 8. 15. 23:44

아직 8월 

더위에 한낮에는 외출도 꺼려지는 한여름인데

웬 낙엽을 이렇게 떨구는 나무가 있다.

별스러워서 올려다보니 유독 마른 잎을 많이 달고 있는 나무..

비에 지치고 더위에 데인 나뭇잎이 견디지 못하고 날리기 시작했는지

여기만 가을 느낌이다.

아니 엊그제 엄마 치과 다녀오는 길에도 이런 곳이 있어서

의아하다 했었는데

이번 여름 날씨가 여러모로 많은 것들이 견디기 힘든 날들인가 싶다.

지난 장마철에 주문해서 심은 화초도..

비가 자주 내린다는 장점만 생각했지

온도 습도 같이 올라가면 식물이 견디기 힘들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해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아이들이 몇 있다.

거기에는 작년에 꺾꽂이해서 겨울을 나고 나 없는 봄을 견디고

비 내리는 날 잡아 좋은 자리로 옮겨 심은 수국도 한 나무가 잎부터 마르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마른 가지만 남았다.

잘 자라서 이쁜 꽃 보자고 심었는데 제대로 한 철도 나지 못하고 사라지게 만들다니...

겨울이야 당연히 꽃들에게는 힘겨운 계절이겠지만

여름을 너무 우습게 본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자리 잡아 꽃까지 피운 아이들도 벌써 있다.

옆집 둥이네 언니가 주신 것은 이미 꽃을 피웠고,

옆옆집언니가 주신 손바닥 만한 장미 가지에서는 벌써 꽃이 세 송이나 피었다.

그리고 자고 일어나면 쑥쑥 자라는 잡초란 아이는..

종류도 다양하고, 크기도 잘 큰다.

그 아이들은 병도 없어. 벌레도 안 달려드나 봐

뽑아내고, 호미로 긁어내고 해도

다음날 아침에 보면 또 여기저기...

비 내려서 한 이틀 무심하다 다시 보면 쑥쑥...

정말이지 잡초의 생명력은 대단한 것 같아.

너무 잘 자라니 대접을 못 받는 부분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내버려 두면 금세 내 꽃밭이 아닌 잡초들의 세상이 되어 버릴 테니까..

그러니 더 경계하고 전투적으로 소탕하게 되는 것 같다.

내것인데 니 것이 되어 버릴까봐서..

밖은 선선할까?

요즘은 멍뭉이 데리고 산책 다니기가 만만찮다.

늦게 나가자니 어둠이 무서워요~ 싶고..

좀 일찍 나가자니 아 더워 싶고,

적당한 시간에 나가기에는 또 저녁식사 시간과 맞서는 일이 

많다 보니

이게 이렇게 산책이라는 것에 얽매일 필요 있나 싶기도 하지만..

안 나갔다 오면 배변은 저녁 늦게까지 참다 참다 해결하는 멍뭉가...

그리고 산책으로 스트레스 푼다는데 싶어

가능한 빠트리지 않고 하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

멍뭉이 덕에 내가 바깥바람도 더 쐬고, 운동도 더하게 되기는 한다.

안 그랬음 말 그대로 요즘처럼 일도 안 하고 있으면

골목을 나갈 일이 얼마나 있을까 싶기는 하다.

이 달도 절반이 지나갔으니 머지않아 선선한 바람 불어오겠지.

가을이 기다려진다.

나는 가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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