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을 살았어도 몰랐던 것을
급 깨달으신 우리 집 멍뭉이..
밖에 나가자고 현관 앞에서 시워 중이시다.
늘 밖에 나가고 싶으면 내 옆에 와서 알짱거리며
나가자고 졸라댔었는데
오늘은 저렇게 버티고 앉아서 안 들어온다.
점심 먹다가도 나가 한 바퀴 돌고...
설거지통에 밀어 넣고도 마당 그늘에 앉아 한참을
쉬고도
들어와서는 또 저 모양이다.
급 깨달음..ㅎㅎ..
하필 오늘은 내가 무작정 쉬자 마음먹었던 날..
아침도 늘어져 있다가 겨우 청소만 하고,
점심 준비하고 치우고 또 늘어질 생각을 하고 있는데
바깥바람이 좋으시단다...
이따 나가자 이따가.. 아직은 좀 더워. 해도 소용이 없더니
내가 방으로 들어가니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오기는 했는데
불러도 옆에 오지도 않고, 저만치서 똬리를 틀고 누웠다.
거실에 나오면서 간식주께 해도 안 따라 나오고..
꼬기 줄까? 해도 반응이 없다.
안 보여서 찾고 다니면 화장실 입구 발매트에 앉아 있고,
싱크대 앞에 앉아있고 그렇다.
한나절을 삐져 있는 강아지라니..
간식을 줘도.. 미역국 끓이면서 간 하기 전에 건져 두었던 소고기를
주어도 고개를 획 돌린다.
이넘이...
밥 위에 고구말 말랭이 썰어 넣어 주며
밥 먹어 밥 먹고 산책 가자 했더니 그때서야 밥을 드신다.
그리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내가 멍뭉이 마음 풀어 주려고
늘어놓았던 간식들을 하나씩 하나씩 처리하고 다니신다.
ㅎ..
멍뭉이도 삐지면 오래가는구나..
난.. 여전히 옮겨 심긴 화초처럼 그래서 오늘은 좀 쉬자 했는데
내일도 그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찬 바람이 좋네..
일찍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