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편안한 하루하루(2023)

천변에

그냥. . 2023. 10. 8. 22:50

속이 편치 않아 따듯한 꿀물을 만들어 왔다

좀 진정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산책하다 만나는 가을은 참 보기 좋다.

예전처럼 코스모스가 피어 있는 모습은 보기 힘들지만..

억새는 저렇게 피어서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다.

멍뭉이 덕에 산책을 한다.

안그럼 하루종일 집안에서 달팽이처럼 생활을 했을 텐데 말이다.

세 내 놓은 논을 남편이 정리하고 치워 주었다.

이것저것 집으로 가져올 것도 많고, 버릴 것도 있고..

애들 할아버지 시절부터 한 번도 남의 손에 맞겨 보지 않은 곳을

내놓은 남편의 마음이 어떨지... 

이제 논에 갈 일도 없고...

이제 논에 안 가도 되고...라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한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나는 은근히 그 말에 신경이 쓰였다.

내탓이로 소이다..이니..

그렇다.

어차피 남편은 지금 하는 일이 훨씬 적성에도 맞고 

좋아하기는 하지만..

혼자서라도 어느 만큼은 감당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싶은 것이다.

안 되는 것은 안되는 것이지만..

오며 가며 다른 사람의 손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걸 보게 되면

마음이 또 어떨까... 싶기도 하다.

아니야 잘한 일이야.

얼마든지 좀 쉬었다가 다시 할 수 있는 일이잖어.

안되면 또 마는 거지 뭐..

그거 안 한다고 굶어 죽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도 다 컸는데 뭐.....

그래.. 편하게 살자 편하게 살아..

 

동네 골목에 유기견들이 많아졌다.

이번 명절을 지나면서 생겨난 것 같다.

안 그래도 늘 한 두 마리는 돌아다니다 사라지곤 했는데

옆집 언니가 밥 챙겨주는 꼬맹이는 벌써 이 동네 골목에서 

세 계절을 보내고 있다.

그 아이 말고도 세 마리가 더 돌아다닌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내 눈으로 본 아이는 둘인데..

도시인근 시골이다 보니..

밤이면 깜깜하고 시내하고는 멀지도 않아서 

내려놓고 가는 모양인데

왜들 그러는지 모를 일이다.

오늘 밤은 또 다른 멍뭉이인가..

낯선 작은 멍뭉이가 뒷골목을 배회하며 짖어대니

온 동네 강아지들이 여기서 저기서 짖어댄다.

컹컹 울어대는 뒷집 강아지의 울음소리가 어둔 가을밤을 뒤흔든다.

누구는 유기견센터에 신고해야 한다고 하고

누구는 거기서 분양 안되면.... 하고 회의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난 잘 모르겠다.

예전에는 보여서 잡히면 잡아놓고 신고했었는데..

그 방법이 옳은 것이었는지 지금은 잘 모르겠어서..

그냥 방관자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버려진다는 것..

믿었던 가족에게 버려진다는 건 

참 많이 안쓰럽지만

멍뭉이들에게는 당황스럽지 않을까... 싶다.

저 멍뭉이는 밤새 짖어 댈 모양이다.

날은 갈수록 추워질 텐데..

그리고 요즘은 아무리 시골이래도 마당에 멍뭉이 키우는 집이 흔치 않다.

멍뭉이 키우는 입장에서..

버려진 멍뭉이를 바라보는 일은 안타깝고 안쓰럽지만..

딱 거기까지 뿐이라는 것..

나는 그냥 보통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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