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편치 않아 따듯한 꿀물을 만들어 왔다
좀 진정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산책하다 만나는 가을은 참 보기 좋다.
예전처럼 코스모스가 피어 있는 모습은 보기 힘들지만..
억새는 저렇게 피어서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다.
멍뭉이 덕에 산책을 한다.
안그럼 하루종일 집안에서 달팽이처럼 생활을 했을 텐데 말이다.
세 내 놓은 논을 남편이 정리하고 치워 주었다.
이것저것 집으로 가져올 것도 많고, 버릴 것도 있고..
애들 할아버지 시절부터 한 번도 남의 손에 맞겨 보지 않은 곳을
내놓은 남편의 마음이 어떨지...
이제 논에 갈 일도 없고...
이제 논에 안 가도 되고...라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한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나는 은근히 그 말에 신경이 쓰였다.
내탓이로 소이다..이니..
그렇다.
어차피 남편은 지금 하는 일이 훨씬 적성에도 맞고
좋아하기는 하지만..
혼자서라도 어느 만큼은 감당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싶은 것이다.
안 되는 것은 안되는 것이지만..
오며 가며 다른 사람의 손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걸 보게 되면
마음이 또 어떨까... 싶기도 하다.
아니야 잘한 일이야.
얼마든지 좀 쉬었다가 다시 할 수 있는 일이잖어.
안되면 또 마는 거지 뭐..
그거 안 한다고 굶어 죽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도 다 컸는데 뭐.....
그래.. 편하게 살자 편하게 살아..
동네 골목에 유기견들이 많아졌다.
이번 명절을 지나면서 생겨난 것 같다.
안 그래도 늘 한 두 마리는 돌아다니다 사라지곤 했는데
옆집 언니가 밥 챙겨주는 꼬맹이는 벌써 이 동네 골목에서
세 계절을 보내고 있다.
그 아이 말고도 세 마리가 더 돌아다닌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내 눈으로 본 아이는 둘인데..
도시인근 시골이다 보니..
밤이면 깜깜하고 시내하고는 멀지도 않아서
내려놓고 가는 모양인데
왜들 그러는지 모를 일이다.
오늘 밤은 또 다른 멍뭉이인가..
낯선 작은 멍뭉이가 뒷골목을 배회하며 짖어대니
온 동네 강아지들이 여기서 저기서 짖어댄다.
컹컹 울어대는 뒷집 강아지의 울음소리가 어둔 가을밤을 뒤흔든다.
누구는 유기견센터에 신고해야 한다고 하고
누구는 거기서 분양 안되면.... 하고 회의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난 잘 모르겠다.
예전에는 보여서 잡히면 잡아놓고 신고했었는데..
그 방법이 옳은 것이었는지 지금은 잘 모르겠어서..
그냥 방관자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버려진다는 것..
믿었던 가족에게 버려진다는 건
참 많이 안쓰럽지만
멍뭉이들에게는 당황스럽지 않을까... 싶다.
저 멍뭉이는 밤새 짖어 댈 모양이다.
날은 갈수록 추워질 텐데..
그리고 요즘은 아무리 시골이래도 마당에 멍뭉이 키우는 집이 흔치 않다.
멍뭉이 키우는 입장에서..
버려진 멍뭉이를 바라보는 일은 안타깝고 안쓰럽지만..
딱 거기까지 뿐이라는 것..
나는 그냥 보통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