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흑백사진 같다.
아름다움이 버거워 땅으로 고개 떨군 꽃을 찍으러 몸을 움직여 하늘을 향해
찍었는데 실루엣만 보이고 아름다움은 숨었다.
역시 저 꽃은 제 아름다움이 가볍지 않은 모양이다. ㅎ..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렇다.
오늘은 바람이 제법 싸아했다.
출근했던 남편은 고사포 해수욕장 인근으로 나갔다가 추워서 혼났다니
그도 그럴만하다.
바닷바람은 또 얼마나 요란하게 불어 댔을 거야.
요즘 날씨에 맞게 가볍게 입고 나갔으니 일하던 모든 사람이 춥다 춥다 그러고
왔다 한다.
가을 날씨란 참 모를 일이다.
산책로 천변으로 억새가 참 곱게도 피었다.
반짝이는 머리카락이 하늘하늘 파아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흔들거리면..
아......... 좋다 싶다.
가을엔 코스모스와 억새 그리고 하늘이지..
옥정호 구절초 축제하는 곳에 가 보고 싶은데...
남편이 시간이 될지 모르겠다.
주말에는 너무 사람이 많아서 별로이고..
축제기간 살짝 지나서 가면 좀 한가하려나 싶기도 하고..
요 몇 해 못가 봤다.
나는 가을이면 거기가 꼭 가 보고 싶은데
예전에는 내가 운전해서도 갔었는데 아들이랑..
이제는 너무 유명해져서
축제중에 가려면 잊어버리고 가야 한다.
좀 아침일찍 서둘러 가면 사람 밀리기 전에 돌아보고 올 수 있는데
요즘 남편은 바쁘다.
나는.. 운전실력이 뒷걸음질 쳐서 자신 없고...
올해는 어쩌면 여름에 비가 너무 많아서 덜 예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꽃 보러 가고 싶은 데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밤바람이 제법 차다.
책상 앞 의자에 앉아 있는데 발가락이 시리네
오늘 이 밤은 바람 한 점 없는 듯싶다.
날이 차가워져서 그런가.. 풀벌레 소리도 들리지 않아.
사실 잘 모르겠다.
이명인 것 같기는 한데 이것 중에 어느 것 하나 풀벌레 소리일지도 몰라.
그래도... 요즘은 귀뚜리 소리 정도이니 얼마나 다행이야..
오늘 밤은 고요해서 더 잘 들리는 이 소리..
내게는 완벽한 고요라는 것이 없지만 그래도 뭐 일상에는 그다지 많이
불편하지는 않다.
옆집 담장 위를 고양이가 유유히 걸어가네..
아무리 봐도 신기해..
담을 타고 넘는 것도 신기하고,
저 담장 위를 아무 두려움 없이 걷는 것도 너무 신기해..
밤에 여기 앉아서 고양이를 보는 것은 참 오랜만인 것 같다.
가을이 깊어가겠지.
하늘은 더 멀어지고, 바람은 더 날카로워지겠지.
금세 머지않아 바람에서 바스락 소리도 날 거야.
바스락 바람에 나뭇잎이 비처럼 쏟아지는 날이면...
참 많이 들여다볼 것 같아. 저 가로등 불빛아래 느티나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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