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편안한 하루하루(2023)

그냥 쫌

그냥. . 2023. 10. 4. 23:10

귀뚜리 가을밤을 처량한 한구절의 시로 노래하는 소리보다 

찬 바람이 먼저 훅 들어온다.

아직은 좋은데

머지않아 추워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꽤 오랫동안 이 창문은 닫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추위는 또 내가 친해지지 못하는 것 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존재이니 창문이 닫히는 날이 

머지않을지도 모를 일이다.

뜨개질하느라 비 내리는 줄 몰랐는데 비가 살짝 내렸나 보네

내 방 창밖 처마 위에 빗물이 도롱도롱 매달려 있고,

꽃밭 가로등 불빛아래 나무 잎사귀들이 젖은 듯 반짝이는 것이

비가 잠깐 내렸나 봐.

아까 산책할 때 하늘과 바람이 심상치 않더니 말이다.

그래서 어제 바람 하고는 또 다른 바람이 부는구나...

창밖 느티나무 잎사귀가 제법 가을 같아.

명절 보내고 바쁜 일정 좀 소화했다고

오늘까지 사흘을 비실 거렸다.

왜 이렇게 정신 못 차리는지..

체력은 방전되고 앉아 쉬고 있으면서도 눈은 제대로 안 떠지고..

귀는 먹먹하고..

사흘이나 별 일 없이 쉬었는데도 아직도 메롱이다.

어제 큰아이가 저녁 먹으러 집에 왔다가 

엄마 목소리가 갔네.. 하길래 괜찮아..라고 말은 했는데

사실 괜찮지가 않았다.

많이 힘들었다. 

오늘도 역시 목소리는 반쯤 잠 겨져 가족들 신경 쓰이게 하고...

오늘..

잡고 있던 아랫논 시설하우스를 세로 내놓았다.

세가 너무 아무것도 아니어서 

어떻게든 해 보면 한 달이면 충분히 그만큼은 하고도 남을 것 같아서

내놓지 말자고 내가 고집부려서 잡고 있었는데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라는 걸....

한 달 아니 보름만 열심히 해도 나올 1년 세라는 걸

모르지 않지만.......

미련이라는 걸.. 알고 있다.

남편만 빈 땅 관리하느라 힘들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 자신의 상태를 인정해야 한다는 걸..

인정하는데 쓰리다. 우울하다.

왜 이렇게 망가졌을까...

벌써 2년 가까이 놀고 있지만 

좋아지기는커녕 몸무게는 더 줄었고, 체력은 더 바닥을 친다..

뭔 일인지모를 일이다.

더 신경 쓰고 더 잘 챙겨 먹고 더 열심히 관리해야 하는데 

마음뿐이고 몸은 움직여 주지를 않는다.

나만 건강하면 되는데..

뭐 그다지 특별히 부실한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비실 거리는 지..

몸무게는 최저치를 맴돌고 있고,

제일 무서운 친구인  귀는 먹먹해지고....

목은 잠기다 못해 소리 내는 것조차 버거워하고..

몸은 자꾸 땅으로 꺼지려 한다 

내가...

너무...........

요즘 너무 편해서 자꾸 몸이 엄살을 하는 걸까?

작은아이 초등학교 입학시켜 놓고..

직장 잡아 그 시간만이라도 이 집구석에서 벗어나려고 용을 쓰다가..

애들 할아버지 단식으로 말리시는 통에 주저앉아 우울해졌던 떼가

생각이 난다.

그때와는 너무 다른...

두 아이가 내 손을 완전히 떠났는데....

떠났다고 봐도 되는데... 거기에서 오는 허탈함인가...

우울하지는 않은데

몸에서 자꾸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난다.

바람 풍선 같은 내게서 바람이 빠지면.. 나는 어쩌라고

어쩌란 말인가.

춥더니 시원하네..

이 가을이 길게 이어졌으면 좋겠다.

가을 밤.. 귀뚜리 울음인지 내 귀의 울음인지 

소리가 참 처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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