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편안한 하루하루(2023)

10월의 아침

그냥. . 2023. 10. 6. 07:56

며칠 만에 카페인 진한 따듯한 라테 한잔 만들어

내 창가 책상 앞에 앉았다.

활짝 열려진 창으로 제법 규칙을 갖추어 늘어져 있는 

전깃줄을 모으고 있는 전봇대가 저만치 보인다. 

새 한마리 아침 공기를 즐기고 있는 중이고.. 

내 꽃밭엔 이슬 묻은 바늘꽃이 미동도 없이 서 있고...

바람이 없는 것이 아니야..

이슬 묻은 꽃잎이 그저 아직 흔들릴 때가 아니라고

얼음 하고 있는 것뿐이지..

꽃밭에도 가을색이 물들어 가고 있다.

노란 물감 몇 방울 떨어 트려 진 냥

그 짙던 초록의 느낌보다는 뭔가 다른 색이 입혀지는 것이 보인다.

영웅이 노래로 집안을 채우고  뜨끈한 라테로 몸을 채우고

흐느적거리는 정신은 찬바람으로 일으켜 세운다.

10월이.. 

지금 이 시월이 정말 좋은 계절이구나...... 새삼스럽다.

이렇게 창가에 앉아 찬 아침 공기를 마음껏 즐기며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다는 이 사실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그 잠깐사이..

글자들을 줄 세워 놓는 사이 바늘꽃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안녕!

엊저녁에도 잘 잤어? 인사하듯이 말이다.

바늘꽃은 역시 흔들림이 좀 있어야 더 예뻐.

더 생동감 있어 보여.

가을 스산한 꽃밭에 예쁜 핑크 바늘꽃이 참 곱다.

바늘꽃은..

늘어짐이 좀 많다는 것 말고는 꽃도 오래 피고,

색도 예쁘고, 흔들림으로 바라보는 재미도 있고,

너무 좋다.

늘어짐이 심해서 

자리를 옮겨볼까.. 그러고 있었는데

여기 앉아서 보기에는 더없이 좋은 자리인데 싶어

조금 더 생각해 봐야겠다.

흔들리는 바늘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한없이 하염없이

바라보고 앉아만 있고 싶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월동이 가능한 화초 몇 개를 더 사다가 심어볼까... 그러고 있다.

지난달 이번 달 지출이 너무 많아서...

남편이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라고는 했지만..

내 생활비는 내가 알아서 써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좀 망설이고 있다.

소파매트 실, 커튼 실 사느라 제법 많은 지출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앞으로 실에 지출할 일은 별로 없을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지금 심어 놓으면... 겨울 잘 나고.. 내년 꽃밭이 더 풍성 해질 텐데...

싶기도 하고 

봄 되면 다시 뭔가 채우려 할 거잖아 싶기도 하고,

냉동실에 꽃씨들도 있잖아.. 싶어 망설이고 있다.

그럼에도 어쩌면.. 나는 

꽃들에 대한 충동구매를 아마도 머지않아

질러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망설임은.. 배송만 늦출 뿐이라고 했던가...

커피가 식어간다.

뜨끈한 잔을 양손으로 감싸 앉는 것을 참 좋아한다.

오늘처럼 차가운 아침이면...

더 식기 전에 아껴 마시고..

청소 시작해야지 싶다.

좋은 아침이다.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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