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편안한 하루하루(2023)

믹스커피가 맛있다.

그냥. . 2023. 10. 22. 08:52

참 좋은 시월의 어느 날 아침이다.

참새들의 지저귐이 시월의 하늘만큼이나 청아하고 

어제의 그 사납던 바람과 바쁘던 구름은 간데없고 햇살이 눈부시다.

곤히 잠들어 있는 작은아이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청소기 돌리는 것을 뒤로 미루고 창가에 앉았다.

오랜만에 마시는 믹스 커피가 맛나다.

추울 때는 믹스커피가 제일 맛있는 것 같다.

오랜만에 멋진 시월 아침에 내게 선물하는 믹스커피 한잔이 이렇게 좋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가끔 마시니 참 좋다.

보약처럼 세끼 밥보다 더 즐겨 마시던 믹스커피도 

세월따라 내게서 멀어져 갔지만

간만에 선물 받은 맛있는 커피 한잔에

오늘은 이 가을을 날 만큼이나 몸도 가벼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난 이 가을이 참 좋다.

한해의 열두달 중에 여섯 달쯤 시월이었으면 싶다.

시월..

십일월...십이월..

시월이라는 단어는 

뭔가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가볍지도 않고,, 글로 표현하기 힘든

그런 향기가 묻어 

있는 듯하다.

너도 좋고 나도 좋고, 햇살도 좋고 바람도 좋고

하늘도 좋고 새소리도 좋고

믹스커피도 맛있는 이 시월이 아주아주 바쁘게 움직이고 있지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런 모습으로 오래오래 살아갔으면 좋겠다.

다음 주에는 여수에 간다.

여수.. 

엄마랑 언니네 가족들이랑 동생이랑 우리 집 남자랑..

큰아이는 드론 교육이 잡혀 버려서 안 되고, 작은아이는 출근 때문에 안 되고, 

아쉽지만 날은 정해졌다.

여수.... 는..

뭔가 그냥 시월 같다.

아는 사람도 없고, 내가 그렇게도 짝사랑 처럼 가슴에 품고 사는 동해도 아니고,

몇 번 가 본 적도 없지만 그냥

여수는 시월 같다.

그냥 막연히 그러하다. 

잃어 버리고 살았던 가슴 저 한 구속에 묻혀 있던 손 떼 묻은 조약돌 같은 그런..

다음 주는 

친구들 모임도 있고, 여행도 가야 하니 

가을도 금세 깊어지고 시월도 훅 가버리겠지만..

너는 가도 나는 너를 기억하고

또한 다음 계절이 있으니 그 또한 기대되는 일들 아닌가 한다.

좋다..

이제 곧...

작은아이를 깨워야 하지만..

오전 중에 출발하시겠단다.

여자 친구 만나고 들어가겠다고..

좋을 때다..

아들 좋아서 하는 일이니 나도 좋다.

니들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니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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