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편안한 하루하루(2023)

겨울 나들이

그냥. . 2023. 12. 4. 23:35

나는 바다를 참 좋아한다.

그냥 바다가 좋다.

중학교 다닐 때였던 것 같다.

언젠가도 일기에 썼던 것처럼

여름 방학 때...

나에게는 여름방학이라고 해 봐야 

집에서 뒹굴 거리며 아이들이랑 까끔살이 놀이를 하거나

자잘한 돌멩이 주워 모아 돌멩이 따먹기나 하며

그늘에서 놀았던 기억.. 그 기억은 중학교 이전의 기억일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는 나락이 익어가는 논가에 앉아서 양은 냄비 두드려 가며

입은 석자나 나와서는 짜증을 담뿍 담은 고함으로 참새 쫓는 일에 내몰렸다고 생각했던

기억 밖에는 없는데

여름방학에 끝나고, 어떤 아이가 선생님의 방학 때 뭐 했느냐는 질문에

바다를 보고 왔다고

초록빛 바다라는 노래처럼 바다가 초록색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때부터 너무너무 바다가 보고 싶었다.

바다가 궁금했다.

아마도 내 바다에 대한 짝사랑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바다는 여전히 꿈의 단어일 뿐

누구에게도 나 바다가 보고 싶어라는 말을 꺼내 놓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중학교 수학여행 기대했던 바다는 어디였는지 기억이 가물 거리기는 하지만

초록빛도 하늘빛도 아닌 우리 동네 냇물보다 더 더러운 흙탕물인 거를 보고 어찌나

실망을 했던지

그리고 고등학교에서 동해로 갔던 수학여행.. 

우와 바다...... 그 바다.. 그 일렁이던 파도 그 바람 부서지던 포말...

충격이었다.

이게 바다구나...

이게 정말 바다 색이구나 초록빛 바다가 아니구나 정말.. 싶었던 그 바다..

바다는 그렇게 내게는 늘 아쉽고 그립고 보고 싶은 존재가 되었다.

그러다 가끔 가까운 서해도 가고, 남해도 가고... 

진짜로 생애 손꼽을만치 동해도 가고...

내 머릿속에 바다는 여고시절 봤던 그 비 내리던 바다

동해바다 거기가 어디였는지는 기억이 없지만 그 바다

추억 속의 거기보다 더 좋은 바다를 본 적이 없다.

하긴.. 비 내리는 동해바다는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니었나

싶기는 해 

근데 오늘 본 이쪽 서해 바다도 엄청 깨끗하네 

동해하고는 또 다른 느낌의 매력이 있어.

바다가 나는 참 좋다.

아마도 멀리 있어서 자주 볼 수 없어서 그런 거 같기도 하다.

바다....

언제 한 번쯤 한 달 살기로라도 바닷가에 살아 봤으면 싶은

바람이 있다.

나이 더 들기 전에

더 골골거리기 전에 계절 상관없이 그 가까이 가서 

그 실체를 들여다보며 내가 모르는 다른 모습들도 들여다볼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

그때도 멍뭉이랑 함께이면 더더욱 좋을 것 같다.

바다가 좋은 건..

바다를 배경으로 내가 바라는 것들을 함께 담을 수 있는 이유 아닌가 싶다...

오늘 바다를 잠깐 보고 왔다.

한 달 살이 안되면

고사포 해변에서의 숙박도 괜찮을 것 같아.

지는 해도 보고, 맥주도 한잔 하고...

비 내리는 것도, 눈 날리는 것도 보고

밝아오는 해변도 걸어보고... 그랬으면 좋겠다.

바다 보고 왔는데 바다가 그새 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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