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멍뭉이는 간식 좋아한다.
좋아해도 너무 좋아한다.
지 것이 된 간식은 아껴두고라도
다른 간식을 얻어먹으려면 또 애교를 부리고
앙탈도 부린다.
밥 먹이려고 밥그릇에 올려둔 간식은 이미 지것이니
졸리거나 별로 생각 없으면 그냥 저장해 두고
다른 간식을 달라하는 멍뭉이가 또 있을까 싶다.
젖은 골목을 내다보며 오늘은 산책 안 되겠다..
아니 안 나가도 되겠다 안심했다.
감기가 놀러 와서 신나게 놀다 보니 산책이 그냥 마냥 귀찮았기 때문이다.
해는 지고 가로등 불빛 아래로 그림자가 길게도 늘어지는 초저녁
어스름한 골목을 굳이 나가시겠다고..
나가서 배변활동을 하셔야겠다고...
어제도 못 나가지 않았느냐고 애처롭게 바라보는 눈빛에 졌다.
그래 나갔다 와서 씻자.
안 그래도 씻어야는데 발바닥 털이랑 좀 정리해야 해서
내일이나 할까.. 그러고 있는 나를 일으켜 세웠다.
멍뭉이도 젖은 땅은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지금은 저녁이고... 발바닥으로 스며드는 빗물이
좋지는 않겠지.
골목에서 T 자로 이쪽저쪽 그리고 앞쪽으로 왔다 갔다 하다가
들어왔다.
그것도 산책이라고 만족하신단다.
멀리 가자 그러면 어쩌나 싶었는데 역시 멍뭉이는 내 맘을 안다.
하루종일 뒹굴 거리는 베개 맡에 같이 누워 뒹굴 거리며
옆을 지켜주었으니 그만한 보상이 있어야지 않겠나.
발바닥 털 밀고, 발톱 정리하고 미간사이 정리하고 귀 쪽 털 정리하고
위생 미용하고 씻겨 놓으니 뽀송뽀송 이쁘다.
이쁘다 이쁘다 했더니 나 이쁘면 간식.. 그러는 것 같다.
오늘 엄마 귀찮게 안 했으니 간식
깨끗이 씻고 미용도 착하게 잘했으니 간식..
아빠 모임 다녀오셨으니 간식
간식 간식 간식..
흐..
달라는 대로 다 주면 밥은 한 개도 안 먹고 간식으로 배 채우려 할 것이다.
밥을 가능하면 배 부르게 먹여 놓아야 간식 타령에서 좀
벗어날 수 있다.
엄마 폐렴이 쉽게 가라앉을 생각을 않는다.
이번 주 토요일에 엄마 팔순 겸 해서 식당 예약해 두었는데 취소했다.
엄마가 힘들 것 같아서..
다음 주로 미루었는데 그때는 괜찮으시겠지.
대학병원에 다녀왔다. 이번이 마지막인가? 하고 손꼽아 보니 한 번쯤 더 남은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때는 그렇게 큰 일이었는데 지나고 보니 연차도 생각이 잘 안 난다.
검사결과야 늘 그랬던 것처럼 정상일 거라 믿는다.
지금도 여전히 검사하는 선생님이 시간이 좀 오래 걸리면 긴장하고
좀 빠른 것 같다 싶으면 안심이 되고는 한다.
남편이 요즘 집에 있어서..
남편이 같이 가 주니 좋네.
어차피 검사만 하고 오면 되어서 굳이 같이 가지 않아도 되는데
쉬는 날이니 같이 가자 하니 고마웠다.
사실 병원은 언제 가도 별로다.
정말 더없이 친절하고 정성스럽게 대해 주시지만
그냥 날짜가 다가오면 좀.. 피하고 싶은 마음 있다.
피하면 안 된다고들 하니 꾸역꾸역 착실히 잘 다니기는 했다.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이제 먹어야 되는 약은 동네 약국에서 받아먹으면 안 되겠느냐고..
이번이 마지막이라 하면 물어봐야겠다.
에탄올 난로 불빛이 비실 거린다
곧 꺼지겠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타 오르겠다고 안간힘을 쓰는 듯하다.
큰아이가 내일 저녁에 집에 온다고 하더니
감기 꽉 찬 목소리 듣고 다음에 오겠단다.
그래 그러라 했다.
엄마 귀찮을까 싶기도 하고 직업의 특성상 감기는 피하는 게 좋으니
그러는 게 좋을 것 같다.
내일은 운동 갈 수 있을까?
따듯하게 생강차도 한 잔 마시고,
감기약도 착실히 먹었으니 내일 아침엔 가뿐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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