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괜찮은 오늘 2024

벽시계

그냥. . 2024. 1. 25. 23:24

요가 교실 벽에 둥그런 벽시계가 하나 있다.

처음 시작한 요가는 쉽지 않았다.

물론 생초보인 몇몇을 위해서 가볍게 수업을 진행하신다고

했지만

그것마저도 쉽지 않은 동작들이었다.

그래서 자꾸 시계를 들여다봤다.

보지 않아도 보이는..

거울 속의 시계 내 동작을 살피고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다시 나를 살피고 해야하는 거울엔 

순간 순간 시계만 둥그런 달처럼 밝아 보였다.

그 거부할 수 없는 은은한 달빛의 그것이

어느 순간 십 분이 자나 있었고, 또 어쩌다 보면 30분이  지나가 있었고...

아... 이제 절반 지났어.

이제 십오 분 남았네... 그렇게 어느 순간 안도하기도 했고,

오잉 이느새 끝날 시간이네... 싶기도 했다.

그러다가 시계가 고장 났다.

아니 건전지가 다 되었다고 해야 하나...

시계는 수업 끝나고도 한 시간은 더 지나간 시간에 멈춰져 있었다.

시계가 움직이지 않으니 시계에 신경이 가지 않았다.

그렇게도 힐끔 거리며 바라봤던 시계가 보이지 않았다.

오늘.. 거울 속에 들여다 보이는 시계가 살아 움직이고 있는 걸 깨닫는 순간

다시 시계를 신경 쓰기 시작했다.

아............ 십오 분 밖에 안 지났어.

오늘은 왜 단체 기합 받는 느낌이지.....

아........ 이제 반 지났네....

어! 그새 오분 남아다고...

그 남은 오분이 그렇게 긴 시간이라는 거를 

오랜만에 가르쳐 준 거울 속의 둥그런 시계...

그렇게 한 시간의 수업시간이 오늘은 길고 또 길었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없어도 그만인..

아니 있으나 없으나 바뀌는 것은 없는..

그 시간이...

내가 자꾸 들여다 보고 신경 쓰고 그랬더니

더 더디 가더라고..

그냥 내버려 두면 알아서 가는 걸

왜 그렇게 안달하고 애달아하고

조급해하며 사는 걸까..

시간이란.. 참 알 수 없는 이상한 거다.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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