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를 앓고 난 후로..
아니..
운동을 다시 시작한 후로 뜨개질이 좀 소원해졌다.
안 하던 운동에 요가까지 하는 날이 있다 보니
몸은 안 따라주고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고..
커튼 뜨는 건 아무래도 하루에 두어줄 나가기도 버거웠다.
그래서 눈 돌린 게
내 좋아하고 내 손에 훨씬 편한 대바늘로 스웨터를 떠 볼까... 하다가..
그것보다도 더 간단한 스카프가 자꾸 눈에 들어왔다.
스카프 뜰만한 실은...
뭐 실이야 누구 선물할 거 아니면 집에 있는 것으로도
뭐든 안 되겠나 싶기도 했고
자꾸 인터넷 눈팅만 하다가
집에 있는 것들을 들여다보는데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
그러다가 안 예쁘면 뭐.. 연습했다 샘치고 다시 풀면 그만이지 싶은..
사실..
저 그러데이션 되어 있는 실은
한동안 장갑 뜨기 재미에 들려 있을 적에
한 볼 사서 엄마 정갑 떠 드리고 고대로 남아 있던 실이다.
가볍게 목에 두를 수 있는 따듯하고 부드러운...
숄 정도는 절대로 실이 부족할 것 같고 해서 그냥 무조건 시작했는데
금세 만들어졌다.
생각했던 것보다 예쁘다.
좀 화려하기는 하지만...
아이보리색 니트 위에 메어 봤는데 괜찮았다.
빨아서 방바닥에 말려서..
엄마 퇴원하는 오늘 엄마 목에 둘러 드려야지... 했는데
가방에 그대로 넣어가지고 집에 왔네...
엄마 장갑하고 세트다..ㅎ...
엄마가 좋아했으면 좋겠다.
울 엄마 오늘 퇴원했다.
남편이랑 같이 가서 엄마 퇴원시켜 드리고..
우리 부담 가질까 봐서 엄마가 이미 원무과에 계산 다 하셨더라고..
점심 사 드리고...
집에 모셔다 드리고 왔다.
병원 가기 전에 집에 가서 마당에 쌓인 눈도 쓸어 길을 내고..
처마밑에 아슬하게 매달린 고드름도 빗자루로 쳐내고...
예쁘긴 한데 무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보일러 더 돌려놓고 주방 좀 정리하고
엄마 모시고 갔더니 방도 따듯하고 좋다.
한동안 조심해야 한다니 신경 쓰시겠지.
엄마네 동네에는 눈이 아주 많이 왔었더라고..
인도에는 매연 먹은 눈이 여전히 쌓여있고..
산이고 들판이고 온통 하애
여기는 날만 추워 스산하기만 한데
거기 난 겨울 왕국 같더라고...
시시티브이로 들여다본 엄마 집 대문이 열려 있고
댓돌 위에 엄마 운동화가 가지런히 놓여 있으니
마음이 따듯해진다.
근데 말이야.
에탄올 난로에 연료를 너무 많이 넣었어.
딱 오늘 쓸 것만 넣었으면 좋았을 것을..
다음에 필요할 때..
필요한 것들은 다 공기 중으로 사라져 버리고
빈 물만 남아 있는 거 아닌지 몰라..
그렇다고 오늘 지금 한 참 더 여기 이 자리에 앉아 있기에는
나는 너무 피곤하고 졸리고 춥거든..
어쩌겠는가..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는 걸로 하고..
후딱 씻고 자야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