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드리는 것만이라도 제발 잘 드셨으면... 하는 마음이
이렇게 간절했던 건 처음이었다.
엄마를 보러 다녀왔다.
남편이 어제 다녕오자는 거
여행 다녀와서 하루도 쉬지 못하고 출근했던 터라 봐서 하자 했더니
어제는 피곤해 해서 쉬라 하고 오늘 다녀왔다.
폐렴을 앓은 이후로 영 기력을 차리지 못하고 계시는 것 같아
늘 안타까웠었다.
사람 좋아해서 늘 마을회관 가는 걸 즐겨하셨는데
집에 계시는 날이 많고, 나가셔서도 잠깐 있다가
집으로 돌아오고는 하셨었다.
잘 가는 식당에 갔다.
워낙에 밀리는 곳이라 엄마도 아침을 늦게 드셨다 해서
느지막이 가서 한시 반쯤 점심을 먹었는데
잘 드시지 못한다.
왜 맛이 없어? 물으니
아침을 늦게 먹어서 그렇다고...
맛은 괜찮은데.. 늘 잘 드시던 것이었는데
처음 담아드린 것도 채 다 못 드시는 걸 보며..
저거라도 잘 드셨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 울컥하는 걸
쓰잘데 없는 감정에 엄마만 난처하게 만드는 것 같아 꾹 눌러 담았다.
비 언제 온다는 날 있더냐고 날씨를 자꾸 물어보시길래..
다음 주 비 있는 날을 알려 드렸더니
감자 심어야 하는데 비 온다며...
그 넘의 감자 심지 말라고.. 한 박스 사면 1년은 먹는데 무슨 감자냐며..
씨 감자 사놨는데 어쪄냐며 걱정하시기에
누구 주어 버리라고 했다.
집에 오는 길에도.. 집에 와서도 마음이 편치 않아
계속 엄마네 시시티브 영상을 유튜브 보듯이 들여다보고 있는데
방안에만 계시는지 움직임이 없으시다.
오늘은 잠깐 나가시던 마을회관도 안 나가시나..
아님 낮에 드신 게 채하셨나....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전화해 볼까.. 하다가..
분명 괜찮다 하실 거 같아서 대문 닫으로 마당 나오시는 거
지켜보려고 계속 들여다보고 있는데 어둠이 짙어 열린 대문 밖으로
지나가는 차가 없으면 구분이 되지 않을 때까지
그대로이기에 전화를 했다.
목소리가...
왜.. 엄마 왜 그래.. 목소리가..
아니여.. 괜찮아.. 한다.
괜찮은 것이 아닌데.. 어디 아파? 물으며 점심 드신 게 얹혔나 했는데..
마당에서 일을 좀 했더니... 하시는데
무슨.. 뭔 일.. 하며 잔소리 폭탄을 쏘아댔다.
그렇게 들여다봤는데 안 보여서 일은 안 하시나 보다 했더니..
시시티브이 사각지대였던 모양이다.
감자 심지 말라고..
엄마 감자 심어도 안 가져다 먹는다고..
언니도 동생도 가져다 먹지 말라고 전화해서 다 말할 거라고...
엄마가 건강해서 소일 삼아해서 주시면 얼마든지 기쁘게
가져다 먹지만
엄마 골병들게 해서 만들어진 거면 그것이 뭐라도 싫다고
잔소리 폭탄을 날렸다.
참... 어렵다..
몸은 자꾸 쳐지는 것 같고 기력이 없으시니 우울해 보이시고..
일을 좀 하고 싶은데 맘처럼 안 되는 것 같아 그것도 힘이 드시는 모양이다..
안 되겠지만..
안 되는 일인 것 알고 내가 말을 꺼내 놓는다고 해도
엄마가 절대로 사양하시겠지만..
정말로.. 내 마음 같아서는..
3월 한 달 만이라도 집으로 모셔서 따듯하고 편한 밥 드시게 했으면
좋겠는데...
우리 집 어르신이 좋아 안 하실 거고.. 불편하게 할꺼고..
그런 저런 것 때문에 신경 쓸 딸 생각하고 당신 부담스러워서
절대 안 올 울 엄마..
마음만 탄다..
보약이라도 잘 드시면 한재 지어 드리고 싶은데
약하고는 철천지 원수가 졌는지
병원약도 지겨워하시고 한숨 나온다 하시는데..
지금까지 영양제고 비타민이고 한약이고.. 해 드려서 제대로
드신 걸 본 적이 없다.
옆에서 하나하나 챙겨드리면 어쩔지 모르겠지만
그럴 상황도 안되고..
엄마의 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마당에도 엄마의 건강에도
아낌없이 포근하고 인자한 봄 햇볕이 방글 거리며
보살펴 줬으면.... 정말이지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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