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사진 같은 칼라사진이다.
엄마의 하얀 이불과 하얀 털에 까만 눈을 가진
저 아이..
내 강아지지만 참 예쁘다.
내 자식들이 참 예쁘게 생겼어. 라는 생각은 많이 안 해봤는데
이 아이는 볼수록 예쁘게 생겼다.
졸립지만 엄마 감시해야 해서 잠도 제대로 못 자는...
ㅎ..
단 한 번도 엄마네 혼자 두고 어디 다녀온 적도 없는데
혼자 떨어질까 봐 전전긍긍해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다녔어도 제 집이 아니라는 생각이 있는 모양이기는 하다.
오늘도 유튜브 보듯 틈나는 대로 엄마 시시티브이 영성을 보고 있는데..
엄마가 결국은 감자를 심으시네..
감자 심는 쪽이 사각지역이라 안 보이는데
토방에 앉아서 감자 쪼개시고, 일 준비하는 것이 보이더라고..
아이고... 저걸 왜... 싶은 마음에 한숨이 절러 나왔지만
차로 한 시간은 달려야 하는 거리의 엄마를 말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전화로 이러쿵저러쿵한다 해도..
어차피 엄마는 엄마 방식대로 살아가실 테니까..
어쩌면 집안에만 계시는 것 보다는 어느만큼은 움직여 주시는게
드시는 대에도 주무시는거에도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다만.. 피곤하실 엄마 목소리 속상할게 뻔해서
오늘은 통화 건너뛰어야지 하고 있었다.
그렇게 오후 늦게쯤 엄마가 정리하고 집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봤는데..
저녁 먹고 나서 다시 들여다보니 방에 불이 안 켜져 있어 깜짝 놀랐다.
전화해 볼까..
아니야 일하고 나서 피곤해서 잠깐 주무시는 것이겠지.
괜히 전화해서 깨울 필요 뭐 있어.
늘어지는 걱정을 추스르며 큰아이 보내고 설거지하고
방에 들어가 다시 확인해 보니
엄마방 창가에 불빛이 어려 있고, 열려있던 대문도 닫혀있다.
움직이신 모양이다.
아니면 언니나 동생이 불 꺼진 창문에 놀라 전화를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엄마가 아프고 나서 다들 엄마랑 통화하는 대에 정성을 들이고 있다.
엄마 목소리 상태에 따라
자식들 마음이 가벼워지고 무거워지고 하는 것을
엄마도 알겠지..
내 목소리에 엄마 기분이 그러는 거 아는 것처럼..
일 놓으면..
큰일 나는 줄 아시는 엄마..
감자 심었으니..
앞으로 한동안은 한가하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엄마를 어찌 말려...
엄마의 텃밭은 엄마가 선택한 마지막 삶의 영역이고
터전이고 이유인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내가 아니 우리가
아무리 자식이라고 무 자르듯.. 하지 마세요.. 할 수 있겠는가..
엄마도 엄마만의 삶이 있는 것을..
그 삶을 대신 거들어 주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세월의 무게에 눌려 짜부라진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의
크기가 좁아진 만큼 많은것이 좁아질지는 모르지만
어쨌건 내 삶인 것을..
누구도 대신 살아 줄 수 없는 내 몫의 삶..
엄마가 건강했으면 좋겠다.
엄마가 내 걱정이 늘어졌으면 좋겠다.
엄마가 그냥 엄마인 채로
그냥 엄마... 였으면 좋겠다.
그냥
요즘은
엄마를 생각하면
자꾸 마음이 아프다.
삶은 결국 외로움인가..
고행인가.. 싶기도 하다.
혼자 감당하고, 혼자 짊어지고 혼자 해결해야 하는..
엄마가 참 외로워 보인다.
울 엄마가..
어머니보다.. 십 년은 더 들어 보이지.... 남편에게 말했더니..
혼자 계셔서 그래.. 그런다..
그래.. 혼자 계셔서 그래.. 말동무도 밥동무도 일동무도 없이 혼자
혼자 저 천정을 저 하늘을 이고 계시느라 머리가 그렇게 하얗게
새셨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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