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멍뭉이 데리고 산책을 나가는 길
대문 앞에서 제발 왼쪽으로 방향을 잡기를 원했지만
어제 짧은 산책이었다는 걸 잊을 리 없는 멍뭉이는
오른쪽인 동네 앞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추운데... 바람도 많이 불고... 싶었지만
어차피 산책 시키러 나온 길이니 원하는 곳으로 가는 게 맞다.
미친바람이 무서울 것 없다는 듯 세상을 휘져어 놓고...
넓디넓은 천변은 바람들의 시장통 같다..
멍뭉아 이게 무슨 일이냐.
넌 안춥냐 난 얼어 죽을 것 같아.. 하며
앞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조금이라도 피하고 싶어
반은 뒷걸음으로 걸은 것 같다.
사람하나 없다. 이 바람에 무슨 산책...
멍뭉이 산책 시키는 게 맞나 싶을 정도의 바람..
그렇지만 우리 집 멍뭉이는 씩씩하고 용감하다.
몸집이 작아 땅에 붙어 바람을 덜 타는 건지
내가 짜 준 털옷이 이 정도 바람은 아무것도 아니게
만드는 힘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바람 덕에 돌아오는 길은..
바람이 등을 밀어주어서 절반의 절반은 남의 힘으로
돌아온 것 같기는 하다
내 걸음보다 훨씬 가볍게 빠르게 걸었으니까..
바람에 뺨 맞고 온 나는 오솔오솔 오솔이가 되었는데
우리집 멍뭉이는 다녀오시자 마자 식사하시고, 물 드시고
장난감 가지고 와 던져달라 명령한다.
무슨 일인지..
확실한 건 내겐 지치도록 차가운 바람이
멍뭉이에게는 별거 아니었다는 것..
오늘은 늘 남편이랑 같이 가던 일을 혼자 가서 하고 왔다.
관공서 가는 일이나 은행 가는 일은 남편이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서
함께 움직였는데
시간 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해서 다녀왔다.
사실 별 거 아닌데..
예전에는 혼자 잘도 하며 살았던 일인데
늘 같이 움직이다 보니 어느새 혼자는 어색한 일이 되어 있더라고..
다른 날보다 훨씬 바람도 많은 날에 더 많이 돌아다니고
운동도 다녀왔는데 지금까지 멀쩡한 이유는 무얼까?
설마... 긴장 각?
에이... 설마..
나이 먹어도 혼자서도 잘해요~ 어른이가 되어야는데
혼자서는 못해요. 어른이가 되지 않으려면 분발해야 할 것 같다.
엄마도 혼자서 잘하며 살아가시는데....
기댈 사람이 있으니 자꾸 미루고 기대게 되는 건 사실인 것 같다.
오늘 밤은 춥네..
두 계절의 줄다리기는 앞으로도 몇 번쯤 더 있겠지.
결국은 봄이 이기겠지만 말이다.
세상엔 정말 쉬운 건 없는 것 같다.
물론.. 그렇지만 바뀌지 않는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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