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확실히 야행성이다.
저녁이 되면 바람 빵빵하게 들어간 풍선처럼
정상모드로 돌아간다.
시집살이 삼십 년을 넘게 했어도
아침은 한도 끝도 없이 늘어지고, 피곤하고 힘이 들고
점심 먹고
오후에는 오전에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비실 거리거나 좀 낫거나 그렇다.
아침이 힘든 마누라를 위해
남편은 몇년 전부터 아침을 스스로 해결하고 출근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수술하고 입원했던 다음부터였던 것 같다.
그렇게 나의 아침은 정신은 들어와 있어도 몸은 바람 빠진 풍선인 채로
있어도 되는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일곱 시 조금 너머 일어나 느긋하게 소파에 앉아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운동 가야 하니까 어거지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커피 한잔 마시고 운동을 간다.....
다녀와서는 청소를 하고, 점심을 먹고.. 라테 한잔 만들어 마시고...
뭔가를 보거나 들으면서 뜨개질을 하거나
다른 집안일을 하거나....일상을 산다.
그러면서 비실비실.. 피곤해한다.
산책 다녀와서... 저녁 준비하고.. 저녁 먹고 나서
남편이랑 같이 텔레비전 보면서 이야기도 하고
엄마한테 전화도 하고...
잠든 남편 위해 티브이 소리 줄이고 간접등으로 등도 낮추고..
그 시간에 대부분 여덟시에서 아홉시 전..
그렇게 한참을 한참을 뜨개질을 한다..
조금 더 뜨개질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조금 더 보던 드라마를 또는 듣던 오디오북을 들어도 될 것 같지만
열 시 이쪽저쪽이면 방에 불을 끄고 일기 쓰러 나온다.
더 뜨개질을 할까.. 싶기도 하고 거실로 나와서 해도 그만이지만..
빡빡하게 하루를 사는 남편 옆에서
느슨하게 밤낮 바꾸어 가며 팅글 거리기 미안해서..
가능한 규칙적으로 생활하려 애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착한 어린이는 아니어도
건강 챙기라고 배려해 주는데 너무 늘어지거나
남편 잠을 방해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지 싶어서다.
오늘은 좀 늦게 일어났다.
뜨개실이 한 줌 정도 남았는데
남기자니.. 엉키기 쉬울 것 같고
금방 다 뜰 것 같은데 한 줌도 안 되는 저 실이 끝을 보려고 뜨면
또 한없이 많은 양이다.
결국 다 처리하지 못하고
얌전히 침대 밑에 밀어 넣고 내일을 기약했다.
네 개의 스카프가 만들어지고 다섯 개째 시작했다.
끝이 보인다......
욕심부리지 않고 천천히 마무리해도 친구들 모임날 전에는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날이 제법 차네..
이렇게 저렇게
엎치락뒤치락하며 봄은 오겠지..
'지나간날들 > 괜찮은 오늘 2024'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집엔 한계절 앞서가네 (0) | 2024.03.09 |
---|---|
오후에 (0) | 2024.03.08 |
산책 (1) | 2024.03.06 |
싸늘하네 (1) | 2024.03.05 |
아침에 (0) | 2024.0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