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괜찮은 오늘 2024

오늘 밤도 비는 내리고

그냥. . 2024. 5. 7. 23:02

오늘밤도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다.

그칠 듯 그칠 듯 이어지는 비가 하루종일이다.

세상을 온통 적시고도 남았을 듯싶은데

아직은 조금 더 내리고 싶은 모양이다.

그래 가끔은 내가 짐작하는 것보다 더 많은 비의

스며듬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와 빗물받이로 떨어지는 소리가

이중주를 이루어 작은 하모니를 이룬다.

삼일째 내리는 비에도 꿋꿋이 샛노랑 꽃잎으로

비를 받아내고 있는 창포가 예쁘다.

언제 우리 집 내 화단에 자리 잡았을까?

내가 가져다 심은 기억은 없는데 

내 산책 다니는 천변에 조금씩 늘기 시작하더니 올해엔

창포 꽃밭이다 싶을 만치 많아졌는데

내 화단에서 어찌 자리를 잡아 꽃을 피웠을지 지금 생각해도 모르겠다.

구입한 적도 없고, 진흙탕 강가로 내려 가서 내가 옮겨 왔을 리도

없는데...

피었다.

사실 모든 꽃들에 환호하지만

아이리스나 창포 같은 종류의 꽃들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아서

처음에는 뽑아 버릴까... 망설임도 몇 번 있었는데

올해 제대로 보니 예쁘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는 시가 딱 맞더라고..

그대로 두길 잘한 것 같다.

비 내리는 꽃밭에 꽃들은 대부분 힘들어하는데

창포하고 하늘매발톱 하고 수염패랭이하고 사계패랭이는 

빗속에서도 화사해서 더 예쁜 것 같다.

저 어둠 속에 보이던 네모난 창의 불빛이 보이지 않네

불 꺼진 창이 되었는지

무성해진 느티나무 잎 사이로 숨어 버렸는지 모를 일이다.

찔레꽃 피는 계절이야.

계절마다 풀꽃도 꽃밭에 꽃들도 제 피어야 할 시절 알아서

피고 지고 또 피는 걸 보면

참 신기해..

며칠 만에 뜨개질을 했어.

작은아이 다녀가고.. 어쩌고 하느라 손에 잡지 않았는데

언제쯤이나 커튼이 마무리될지 정말 모르겠어.

게을러진 탓인지

아니면 봄이라고  몸이 부실한 탓인지 자꾸 늘어지네..

그래도 언젠가는 마무리되겠지 싶다.

하다가 그만두는 경우는 특별하지 않는 한 없으니까..

비가 참 지질지질 온다 싶었는데

이 밤에 빗소리는 또 좋네...

비가 와도 소쩍새는 울고 가로등불도 여전히 

제 할 일을 하고 있다.

눈이 뻑뻑하다

예전에는 생각 없이 비비곤 했는데

이젠 그것도 조심스럽다. ㅎ...

세월은 사람을 겁쟁이로 만들어 놓는다.

난 원래부터 겁쟁이였는데 더 겁쟁이 됐어. 

좀 무심한 듯 살아야지 싶다.

더 무심하면 안 될 것 같기도 하지만..

겁낸다고 달라질 것도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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