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괜찮은 오늘 2024

엄마네 마당의 할미꽃 세송이

그냥. . 2024. 5. 8. 22:16

단 며칠 만인데 오래간만처럼 느껴지는 햇살이

참 좋은 날이었다.

오전에 일찍 운동 갔다가 상태가 메롱해서 대충 하고 와서

좀 들어누워 있다가

텃밭에서 좀 움직이고

꽃밭에서 제라늄 가지치기 해서 삽목 해 놓고

으아리랑 자리 잘못 잡은 듯한 작은 작약이랑 옮겨 심고

그네에 앉았다가 다시 또 눈에 들어오는 거 있음 움직이고

풀 뽑고...

꽃밭에 앉아 있으면 시간은 잘도 간다.

우리 멍뭉이는 꽃밭에서 돌아다니고 있으면 그러려니 하고 햇살

잘 드는 곳에 누워 눈 감고 있다.

그냥 집안에 있으면 좋으련만 절대 그러기는 싫타는 멍뭉이.. ㅎ..

청소 좀 하고 

점심 먹고 벗어놓은 옷가지처럼 널브러져 있다가

산책을 나갔다.

바람이 차갑게 느껴져 겉옷 하나를 걸칠까 말까 했는데

그늘 바람은 차가워도 햇살이 있어 춥다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늘이 저렇게 맑다. 하얀 뭉개 구름은 바람에 흘러 다니고..

연둣빛 풀들도 예쁜 5월이다.

난 좀 싸아하다 싶은데

털옷 입으신 멍뭉이는 오늘이 최고야 싶었는지 한 달에 한두 번 가는

먼 곳까지 가시겠다 하기에 따라갔다 왔다.

갈 때는 좋았는데 돌아오는 길은 지치셨는지..ㅎ..

내 옆에 인형처럼 널브러져 있느라 한 끼도 안 드셨으니

배도 고플 것이고 기운도 없겠지 물론..

그래서 자꾸 늘여지는 멍뭉이를 몇 번은 안고 내려놓기를

반복하면서,.

야 멍뭉! 너나 나나 같이 늙어가는 처지거든

이 몸이 너를 가마 태워 가셔야 겄냐~ 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어 들어왔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집안으로 직행하고 싶으신 눈빛..

그러나 이 몸은 꽃밭으로 향하시고 한참을 꽃밭에서

어슬렁 거리다

큰아이 차가 들어오다 멈추는 걸 보고 멍뭉이를 내려 주니

형 차는 또 잘도 알아보고 뛰어가 반갑다 한다.

오늘이 5월 8일이라고 와 준 큰아이..

ㅎ..

어버이날이고 뭐고 그런 날은 없었으면 좋겠다.

우리도 부담스러지만 애들도 부담스러울 거 아니야.

그냥 평소에 챙기며 살면 되지 굳이 이런 날들이 있어야 하나

싶은 생각...

맛나게 고기 구워 먹고... 갔다.

운동화 빨 거 있으면 가져와~

네 동생 운동화도 가져오라 해서 엄마가 빨아줬어.  몇 달 전에 이야기할 때는..

세탁소에 가져다 맡기면 돼~ 하더니

가져왔네.  운동화쯤이야 얼마든지 빨아 줄 수 있지.

설거지하고.. 매탈남님네 고양이 보고...

오늘은 엄마한테 전화를 못했다.

목소리가 목구멍 넘어오는 것이 힘들다 해서..

ㅎ..

그 목소리 누구 목소리인지 몰라도 참 예민하게 삐지기도

잘하고 파업도 잘해.

오늘은 그다지 힘들게 보내지도 않았는데

낮부터 뾰루퉁이더니.. 영 못마땅하다. 

엄마가 오늘 저녁은 잊어버렸나 보다 생각하시는 게 낫지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로 전화하면 걱정이 또 늘어지시겠지.

엄마도 오늘은 바쁜 하루를 보냈을 것 같다.

일찍 자야겠다.

내일은 요가 수업있는 날이니 상태가 또 메롱하면 안 되잖아.

엄마네 마당엔 오늘도 할미꽃 세송이가 정답게도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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