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 키보드 위를 달리고
머리는 멍하고
눈은 폰으로 엄마네 시시티브이 영상을 되돌려
보고 있다.
엄마가 미심쩍은 것이 있으시다며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영상 좀 봐줄 수 있겠느냐고
전화가 왔었다.
한 번 봤는데 제대로 보지 않아서 그런지
아무것도 찾지 모했다.
그래서 다시 보고 있는데
이게 정지영상이나 다름없는 화면이라
계속 집중해서 들여다보는 일이 쉽지가 않네.
4배속으로 보니 길어야 한 시간정도일 텐데 말이다.
간간히 바람에 나부끼는~ 엄마게 제비 쫓느라고 걸어 놓은
빨간 천이 팔락거릴 뿐
엄마네 마당에는 햇살만 가득하고
참새 한마리가 처마밑 대들보를 왔다 갔다 할 뿐
어느 한 부분 낯선 사람이 지나갔을까?
엄마의 착각은 아닐까 생각도 해 보면서
집중하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
그래도 손가락 움직이면서 영상 보는 건 낫네. ㅎ
뭔가 이상한 것이 나오는 게 나을까?
엄마의 착각이 나을까?
아마 이번에도 찾지 못하면 다시 한번 더 돌려 보기는 하겠지만
어느 만큼은 찝찝함도 남을 테고
엄마가 착각하셨나 싶은 의심도 남을 것 같다.
그렇다고 누군가 엄마도 없는데 다녀 갔다는 게 확인되면
그것도 유쾌한 일은 아닐 것 같다.
이래도 저래도 찝찝함은 남겠네.
아침에 포도나무집 대충 지어주고
고추밭에 고형 비료도 묻어주고
꽃밭 앉아 놀다가 들어와 늘어져 있는데
작은아이 톡이 왔다.
작은아이는 엄마는 뭐든 다 잘할 수 있는 사람으로
아는 모양이다.
몇 년 전에는 피디에프 파일로 변환해서 서류를 보내 달라고 해서
공부하게 만들더니..
지금은 이게 아주 간단해졌지만 몇년 전까지만 해도 변환해야 해서
내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오래전에 해외여행 갔을 적에는
디즈니랜드 표를 끊어달라고를 안 하나..
물론 사이트 가르쳐 주고 어떻게 어떻게 하면 된다고 일러주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는 한 번도 안 해본 일들을 시켜서
당황했지만
당연히 엄마는 할 줄 안다고 생각하니 어떻게든 해서 줬다.
그러니 요놈이 엄마 나이 먹어 가는 줄은 모르고..
오늘도 또 숙제를 내주네..
별것도 아닌데.. 사실은..
하기 전에는 막막한..
인터넷이 만든 세상에 대한 뭐 그런...
어떻게 어떻게 해서 하기는 했다.
숙제 검사 맡듯이 이거 맞아? 하고 모니터 화면 캡처해서
보내니
요놈이 글쎄 어.. 도 아니고
ㅇㅇ
이렇게 문자가 왔네.
그래..
그래도 네가 의심 없이 숙제를 내어 주니 나는 또 그 숙제
열심히 해결해서 이만큼 성장했다.
똑같은 숙제 반년 후에 또 하라고 하면
지금처럼 처음인 듯 다시 버벅 거리겠지만
그래도 아주 막막하지는 않겠지
한 번 해 봤으니까..
어떻게든 너에게 내가 도움이 된다면 야...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지 뭐.
인터넷 세상은 무궁무진한 것 같다.
나는 수박 겉핥기 정도로만 아는데 정말
알 수 없는 신비한 공간 아닌가 싶다.
안 되는 게 없고
모르는 것도 없고,
신비하고 이상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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