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낮달맞이꽃
어쩌자고 낮달맞이 꽃이란 말인가.
낮에 달맞이를 하겠다는 건지
낮에 달맞이를 하고 싶다는 건지..
이거나 저거나 쉽지 않을텐데..
그저 낮에 뜨는 달
그 느낌만으로도 아련하고 스산한데
그 낮에 뜨는 달을 맞이하고픈
하는 꽃이라....
저렇게 화사하고 예쁜데 말이다.
달맞이꽃의 변종일지도 모르지만
이름은 참.. 슬프다.
오늘 내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뼙 정도의 키에서 멈춘듯하더니
딱 한송이 피었다가 이틀 만에 지고
또 딱 한송이 피었다.
어쩜 저렇게 예쁠 수가 있을까?
벌과 나비를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예뻐야 하나..
요즘 나비는 잘 안보이기는 한다.
내 꽃밭은 나비를 유혹하기는 좀 부족한 부분이 있는지
아님 이 동네에는 나비들이 많지 않은지
어쩌다 한 두 마리 날아다니는 게 보이기는 하는데
잘 보이지 않는다.
아마 살충제가 너무 널리 쓰이고 있는 까닭이지 싶다.
하긴 나도.. 꿈틀이는 질색을 하니까..
나도 이쁘 얼굴로 한 번 살아보고 싶다.
예쁘네..
참 고우시네요..라는 말 들으면 기분 좋을 것 같다
고구마 넉줄을 심고 그것도 일이라고 늘어져 있는데
엄마 전화가 왔다.
어제 통화를 못하기는 했다.
그래서 또 걱정이 되셔서 전화를 하셨나?
아님 뭐가 고장 났나... 생각하며 전화를 받았다.
엄마는..
아니 나는
가족들에게 내 남편에게 어떻게 비칠까??
아니 어떤 사람일까?
남편은 하루에 세 번 이상 전화를 한다.
그리고 어쩌다 한번 폰이 진동으로 되어있거나
폰은 방에 있는데 텃밭에 있거나
꽃밭을 서성이거나...
골목에서 누군가와 수다를 떠느라 못 받으면..
요즘은 덜 하기는 하지만 화를 낸다.. ㅎ..
엄마는 팔순이 넘은 그 나이에 버스를 세 번이나 갈아타고 다녀야 하는
곳에 혼자서 왔다 갔다 하시고
전화로 문의하시고... 다른 데 가서 또 문의하고...
언니랑 상의하고...
나는 그래도 통화도 자주 하고 해서 엄마에 대해서는 제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나랑의 통화는 딸의 안부를 엄마한테 확인시키는 목적의
것이었나 싶다.
정작 중요한 일은 가까이 있는 나보다 멀리 있는
일을 하고 있어서 시간 내려면 휴가를 내야 하는 언니랑 둘이
해결하려 한다.
엄마 걱정을 나누어 주려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나중에 알게 되면 서운해할까 봐서 이렇게 가만히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전화를 해 주신다.
그냥 나만 생각하란다.
내가 왜. 내가 어때서...
나는 남편에게도 친정 식구들에게도
걱정거리인 걸까?
아니.. 그렇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도 인정하기도... 그렇다.
모르겠다.
나는 그냥 내가 편두통이 좀 잦고, 소화기능이 좀 약하고..
어지럼증이 좀 있다는 거 말고는
몇 가지 정기검진 받는 거 말고는 문제없는 것 같은데
아닌 모양이다.
나를 나만 모르는가...
가족들이 너무 오버해서 걱정을 하는지..
그냥 좀 우울했다.
엄마가 그렇게 그 노쇠한 몸을 이끌고 움직이면서도
나한테는 말 한마디 안 했다는 것과
어쩌면 그런저런 일들에서 어느 만큼 비켜서 있는 것 같아서
마음 한 구석에서는 홀가분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울해지는 기분은 어쩔 수 없다.
엄마 말대로 나만 신경 쓰고 살기에는 나는 아직
얼마든지 같이 할 수 있고 언니보다는 내가 움직이는 게
훨씬 효율적이고 편할 거란 생각이 자꾸 든다.
이건 뭔가 좀 아닌 것 같은 뭐 그런..
내가 내 역할을 못하는 것 같은 생각.. 미안함 뭐 그런..
그렇다고 이런 속내를 내놓을 수도 없다.
그럼 어쩌면 엄마는 걱정은 내게는 아예 내놓지도
않을지 모르니까..
알면서 다섯 발자국쯤 떨어져 있는 게 나은지
움직일 수 있다고 고집부려 내 맘 편한 게 나을지..
내가 진짜 부실한 건지...
가족들이 나를 부실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는 건지...
딜레마다.. 이렇건 저렇건 우울한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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