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고 있다.
빗소리는 낮에도 좋았는데 이 밤에도 좋네
아마 내일 아침 일찍 내 잠을 깨우는 소리로도 좋을 것 같다.
요즘은 뒷집 넓은 마당에서 키우는 장닭의
울음 소리 때문에 잠을 설치는 일이 많다.
이넘의 닭은 수입산인지 뭔지
꼬끼오도 아니고 케케케켁 같다.
꼬끼오 까지는 내가 어떻게든 들어주겠는데
저 괴상한 소리로 울어대니
한 마리가 아닌 것 같은..
새벽 내 귀는 예민하고 잠 속으로 파고드는
이상한 닭 울음소리는 나를 흔들어 깨운다.
그넘의 장닭은 떼도 몰라서
두 시든 세 시든 지 맘대로 울어대서 피곤하다.
그러다 가끔은 못 듣고 아침까지 잘 때가 한 번씩 생기기는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듣기 불편한 소리다.
소리에 예민한 나에게
이상한 나라에서 온듯한 이상한 장닭의 울음은
새벽부터 찾아오는 불청객이다.
창문이 닫혀 있어서 그동안은 못 들었던 거였다.
이제 창문을 닫고 공기를 가두고
바깥 소리를 차단하기에는 계절이 계절인지라
쉽지 않다.
그렇다고 저녁 내내 선풍기를 돌릴 수도
좋아하지도 않는 에어컨의 도움을 받고 싶지도 않은데 말이다.
그래도 아침 일찍 들려오는 새소리는 참 듣기 좋다.
모닝벨이 새소리이면 더없이 좋지만..
이미 나는 원하지도 않은 소리에 비몽사몽 날카로워져 있을 때가
많으니..
내일아침에도 비가 내리면..
회를 치며 괴상한 소리를 내는 이상한 나라 닭소리는 듣지 않아도 되겠지
그 집 식구들은 안 시끄럽나...
우리 뒷집은 더 시끄럽지 않을까?
언제 한번 물어볼 일이다.
어쩌면 창문을 닫아 차단할지도 모르겠지.
나처럼 에어컨도 싫고 선풍기도 싫고 닭소리도 싫고.. 는
아니지 않겠는가.
어찌 되었건.. 나는..
빗소리가 참 좋다.
비가 제법 내렸다.
그동안 입만 무성하고 꽃은 제대로 피우지 않던
데이지 하바네라 꽃이 제대로 피지 못하고
멍하게 잎만 무성했던 게
많은 포기가 너무 다닥다닥 붙어 있었던 이유였던 걸 이제야 깨달았다.
꽃 모양이 이상하게 그리고 힘들게 올라오더라고..
무성한 잎는 원래 그러는 줄 알았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아니 어쩌면 며칠 전에 설란을 포기나누기 해서 심었던 까닭에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설란은 포기나누기 해야 하는 게 보였는데
왜 하바네라는 보이지 않았을까?
꽃삽으로 조심스럽게 떴다.
다닥다닥 다닥.. 답답하게도 많은 포기가 붙어 있었다.
이리 두면 꽃도 못 보고 병충해 생기겠지.
그동안 병충해 안 생긴 게 용할 따름이어서..
조심스럽게 가만가만히 포기를 나누었다.
두 포기가 열 포기 정도 되었다.
나누어 놓고 보니 꽃망울이 안에 숨어 있었더라고..
펼쳐 심었다.
갑자기 하바네라 데이지 부자가 되었다.
잘 살아 주기를 바란다.
이 비가 도움이 되어 줄거라 믿는다.
꽃이 참 귀하고 예쁘게 생겼는데
제대로 살펴볼 생각도 안 하고 그대로 꽃밭에 심은 게
몇 달 전인데
그때 제대로 심었더라면 지금쯤 데이지 꽃밭이 되었겠지 싶다.
하나하나 정성과 관심이 필요하다.
제대로 된 관심
그렇게 관심을 주어도 사라지는 애들이 제법 있는데
지금까지 버텨준 게 고맙기까지 하다.
엄마 비 많이 왔어?
많이 오기도 하다가 그치다가 했어.
종일 뭐 하셨어?
오전에는 논에 가서 일 좀 하고..
어제 다 못했다는 일?
어 그거 하고 집에 와서 옥수수 비 온다고 해서 넘어지지 말하고
줄을 더 쳤어
그리고 오후에는 내내 놀았지. 딸은..
나는 맨날 놀지.. 오후에는 회관 가서 놀았어?
아니 동네가 이상해야..
왜? 뭔 일 있어?
물맹이 떡은 그렇지
춘수리떡은 아주 정신 놓아 버렸지/
신탱이떡도 자꾸 아파서 병원 왔다갔다하지
청댕이떡은 오래전에 심장 수술했는데 심장에 물이 찬대
입원했다가 왔는데 내일은 거기 한 번 가봐야 겄어.
그니까 아프신 분들이 많네
그렁게 왜 그런가 모르겄다. 그래서 마을회관에 사람 없어..
긍게.. 동네도 같이 어른들이랑 나이 들어가나 봐..
심란해하는 엄마 목소리에
뭐라 덧붙일 말이 없다.
엄마 건강 더 신경 써...라는 말 밖에는..
조그마한 시골 동네에 엄마 절친 두 분이나 아프시고..
뒷집도 아프시고... 동갑내기도 그렇고..
엄마 나이도 만만찮으니 심란하시겠다 싶다.
어쩌면 혼자 계신 밤이 무서울지도 모르겠다.
비가 내리는 오늘 같은 밤이면 특히나 더..
'지나간날들 > 괜찮은 오늘 2024'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흘만의 산책 (0) | 2024.07.01 |
---|---|
6월 마지막 날.. (1) | 2024.06.30 |
이번달도 이틀이 남았다. (0) | 2024.06.28 |
그냥.. (0) | 2024.06.27 |
비 소식이 자꾸 뒤로 밀리네 (0) | 2024.06.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