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하늘이 오늘은 뭔가를 기대해도
된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느티나무 가지가 부러질 듯 박력 있게 내려앉는 까치는
저 높은 곳에서도 두려움이라는 것은 단어조차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이 쪽 가지에서 저쪽 가지로 징검다리 뛰며
한가하다.
어제 한 시간도 넘게 물을 댄 고추밭고랑은
언제 물 한 방울 적선 한 적 있었느냐는 듯 마른 흙빛으로
목말라 보이고
화분에 뿌리를 묻고 있는 국화는 잎사귀가 늘어져 있다.
나 목말라... 하며
이러니 아침마다 마당 한 바퀴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다.
올해 달리아는 꽃이 예쁘지가 않다.
더위 때문인지 가뭄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뭔가가 불편해서
그러는지 알 수가 없다.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살짝 베었다.
쓰레기봉투 내놓으려고 정리하면서 뭔가에 찍힌 모양이다.
살짝 빨간빛이 보이길래 그러거나 말거나
봉투를 묶어 내느라 힘을 주었더니 그 자리에 색이 변했다.
흐미.. 이게 뭐야. 바라본 손가락은
봉숭아 꽃잎을 한 움큼 으깨어 붙여 놓은 양 그렇다.
대충 밴드 붙혀 마무리하고 말았는데
뜨개질하기가 불편하네..
고구마순도 조금 뜯어서 껍질 벗기려 했는데
좋은 핑곗거리가 생겼다는..
뭐든 다 중요하지만 손이 참 중요해. 그렇지
특히 나처럼 손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더..
그러면서도 자판 두드리는 데에는 거리낌이 없는 걸 보면
절반 이상은 핑계고 엄살일지도..
비가 좀 내렸으면 좋겠다.
사람이 주는 물은 그저 잠깐의 갈증을 해소해 줄 수는 있어도
하늘이 주시는 물만큼의 생명수는 분명 아닌 모양이니
오늘 하루 흠뻑..
그거 안되면 소나기라도 두어 시간
지금 내 마당 빛깔에 한 국자만큼만 더 싱그러움이 채워질 수 있도록
비가 내렸으면 좋겠는데..
그 잠깐사이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이 잠깐 사이에
하늘이 좀 맑아진 듯한 느낌은...
오늘도 꽝이야~라고 말하는 것 같다...
뭐든 너무 기다리게 하면 지쳐서 미운 마음이 생겨
그 안 좋은 마음 생기기 전에 이제 그만
기다리게 했으면 좋겠다.
살아 가는데 어느 만큼 의 시련은 일부러 찾아 마시는
카페인 진한 커피처럼 필수인데 말이야.
닭도 울고 까치도 울고 벌도 날고 바늘꽃도 그네를 타는
사라진 얼음만큼 양이 많아진 밍밍한 커피가
있는 일상의 아침..
비 내리는 소리가 무척이나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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