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후 산책을 나가려고 현관문을 나서는데 하늘이 흐리다.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지만 많지 않아서
가자! 했는데도 멍뭉이가 계단 앞에서 내려갈 생각이 없다.
비 몇개 안 와~ 동네 한 바퀴 돌고 오게~ 해도
꿈쩍도 않는다.
왜 비 올 것 같으냐? 물으며 나는 국화 화분에 물을 주고
멍뭉이는 현관 앞에 앉아 불어대는 바람결에 숨어있는
빗방울의 숫자를 세고 있는데
하늘이 껌껌해지면서
동쪽 하는 저 끝에서 반짝 번개가 하늘을 가른다.
번쩍.. 좀 무서운 생각이 들었지만
먼 하늘의 번개는 그리 위협적이지 않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다.
비가 우두두두두둑 쏟아졌다.
많이 좀 내렸으면 좋겠네.. 시원하게~ 했지만
1분이나 내렸나?
골목에 먼지만 날리고 그쳤다. 차라리 기대나 주지를 말지 하늘은 저렇게나 흐려놓고 에게 그 쪼금~싶었다
35도의 한여름 날씨속에 추석이라고 온 가족이 모였다가 흩어졌다.
다행이다. 잘 지나가서..
큰아이는 오늘도 바쁜 하루를 보냈겠지만
오히려 명절이라고 한가했으면 좋겠다.
엄마가 서울 동생네로 명절 쇠러 가셔서
엄마네 가지 않았다.
좀 허전하고 서운하기는 했지만
늘어져 쉬고나니 피로는 풀리는 것 같다.
명절 세느라 제일 피곤해하시던 우리 집 멍뭉이도
늘어져 주무셔서 그런지 생글 거리며
돌아 다닌다.
추석날 기온이 35도라니.. 아무리 기현상이라고 해도 놀라운 일이다.
여름은 있고 달은 구름 속에 숨어 없는 추석..
엄마는 배추도 그렇고 무 새싹도 다 말라 버린다고
걱정이 많으시다.
더위는 뒤끝이 대단하고
가을은 밀어붙일 힘이 없는 듯하다.
그래도 선선해지겠지.
사실 명절이라는 것도 지내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아니 앞에 있을 때도 별 거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데
내 몸은 왜 예민하게 반응을 하는지 모르겠다.
귀뚜리가 운다.
선풍기도 열심히 돌아가고 있다.
빗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자꾸 귀를 기울이고 창밖을 내다 보게 된다
환청인지 이명인지 내 귀에는 빗소리가 아주 자주 들린다
아..내가 아무리 빗소리에 환장해도 좀 과하다 싶다.
그렇지만
또 하나의 명절이 잘 지나갔으니 나는 그만큼 성장했을까?
아니면 그만큼 늙었을까?
늙어간다는 말 말고 깊어진다는 말 좋기는 한데
얼마나 더 깊어져야 그 깊이의 끝이 가늠이 될까?
무튼..
오늘 하루도 잘 지나갔음에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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