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괜찮은 오늘 2024

밤에만 가을..

그냥. . 2024. 9. 19. 23:05
추석 맞이로 들여 온 국화

청보라색 국화를 들여오고 싶었는데 동네 앞 꽃집에는 없었다.
그래서 몇 번을 망설이다가 
그래도 추석인데 손님맞이용  꽃은 필요하다 싶어
들고 왔다.
예쁘다.
날이 더워 가끔 힘들어하는 것이 보이기는 하지만
아마도..
내일 비가 시작되어 좀 진득하게  내려 준다면
저 꽃이 좋아하는
내가 좋아하는
그리고 오래 전부터 마중 나가 처량함마져 안타깝도록 노래 부르며
귀뚜리가 기다리고 있는
가을이 이제는 다가오겠지.
너무 늦어지는 가을이
서운하기도 하지만
그도 늦어지고 싶어서 늦어지는 것은 아닐 테니
기다리는 마음만 애가탄다.
이 더위 또한..
이렇듯 오래 머물고 싶지는 않았을 거야.
다만..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붙들려 있을 뿐..
그래서 염치없고 멋쩍고 낯 간지러울지도...

엄마랑 통화를 하는데...
이런저런 말씀을 하시다가.. 통화가 좀 길어지는가 싶으면 급하게 끊으려 하신다.
그건 아마도...
외할머니가 엄마랑 통화를 하시면 안 끊으려고 하셔서 가끔은 힘들다 그러시더니 엄마도 딸에게 그러는 것은 아닌지
엄마 스스로 조심하시려는 듯해서..
나는 일부러 더 이것저것을 묻는다.
엄마가 피곤해하시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엄마의 터전에 엄마가 건강하게 지키고 계셔서 
너무 감사하다.
배추가 날이 더워서 고생이라고..
이웃에 사는 누구네는 다 죽어 버려서 새로 심으려고
모종을 사러 갔는데 구할수가 없어서 씨앗을 사다가 모판에 넣었다고...
그거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올해 배추며 무가 어쩌려고 저러는지 모르겠다며 걱정이시다.
엄마는 어떻게든 당신의 배추를 사수하시겠다며
동생네서도 명절 당일에 내려오서셔
물도 주고 소독도 하고 아침저녁으로
시시때때로 문안인사도 드리고 있다고 하신다.
엄마.. 너무 애쓰지 마..
하늘이 그러는 걸 어찌해..
없으면 없는 대로 안되면 안 되는 대로 살면 되는 거지 했더니
그래도 엄마는 기필코 사수하시겠다는 의지가 결연하시다.
그러고 보면 울 엄마는 참 열정적이신 분이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저렇게 열정적으로 사시니 그 연세에도
저 정도 건강 유지하시는 거구나 싶다.
엄마만큼만 열심히 대하는 모든 것에 허투루가 없이
열정적으로 돌보며 살아갈 수 있을까?
내게는 없는 열정이 엄마에게는 샘솟는 듯하다.
그 열정이 부럽기도 존경스럽기도 하다. 
어쩌면 엄마의 하루는 나의 하루랑은 참 많이 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래서 더 정성을 다해서 보고 돌아보고 들여다보고 다시 보고 그러시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귀한 엄마의 날들에 내 따스함으로 단 몇 분이라도 채워질 수 있기를 더 열심히 전화 드려야겠다

'지나간날들 > 괜찮은 오늘 2024'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제 그만..  (0) 2024.09.20
따듯한 커피가 맛있으면 가을~  (1) 2024.09.20
괜한 염려  (0) 2024.09.18
비 없는 먹구름  (6) 2024.09.17
덥다 내일이 추석인데..  (5) 2024.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