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추명국이다.
거름이 많은 탓인지 그늘이 많은 탓인지
내 꽃밭에 꽃들은 대부분 내 예상보다 키가 크다.
내가 키가 작아 불편하다고 불평하며 살아 본 기억도 없는데
내 한이라도 풀어 주려는 듯 키가 훌쩍 큰 아이들이 많다.
작은 꽃밭에 키 큰 아이들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데 말이다.
서로에게 그늘이 되고 서로에게 치여서 뒷자리에 자리 잡은 아이들은
제대로 눈인사도 못하는 경우가 있다.
봄에 내가.. 비료를 좀 준 것 같기도 하고..
햇살이 좀 부족할 수도 있다 싶다.
이제부터라도 여름에도 잘 견디고 햇살이 좀 부족해도 웃자라지 않는
아이들로 모여 살게 해야 할 것 같다.
요즘 나는 오전이면 꽃밭 앞 그네에 앉아
하릴없이 바람을 느끼고 앉아 있는 시간들이 있다.
한들 거리는 바람이 살갗에 와 닫는 느낌이 좋다.
팔에 종아리에 얼굴에..
그리고 머리카락을 스치는 바람을 느끼고 싶어서 한참이나
그렇게 그네에 앉아 말 그대로 멍 때리기를 하고 있다.
그러다 문득 거슬리는 것들이 보이면
잘라내고 뽑아내고 묶어주고
그것도 아니면 그냥 앉아 바람을 느낀다.
때로는 오디오 북을 듣거나... 노래를 듣거나 하면서..
이런 여유가 나에게는 치유이고 행복인 것 같다.
더불어도 좋지만
혼자 즐기는 바람과 햇살과 꽃과 그리고 나비 한 마리와
커피 한잔의 여유..
내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안락의 포인트다.
내가 안락인 멍뭉이가 찾는 소리에
햇살이 슬그머니 꽃밭에 그늘의 면적을 좁혀 가고 있음에
그네에도 찾아 들 햇살을 의식하며
집안으로 들어왔다.
커피 한잔이 더 마시고 싶어서 얼음 담뿍 넣어 만들어
노트북 앞에 앉았다.
바늘꽃이 바람에 허공그네를 타는 것이 가장 잘 보이는
내 골방 창가 여기도 바람을 눈으로 즐기기에는 그만이다.
구두는..
조금 작은 것이 나을까
조금 큰 것이 나을까?
물론 딱 맞아야 하겠지만 말이다.
처음으로 인터넷에서 구두를 하나 구입했다.
늘 신는 사이즈를 주문했는데
맨 발로 신으면 괜찮은데 스타킹을 신고 신으니
벗겨지는 거다.
그래.. 지금도 벗겨지는데 신다 늘어나면 더하겠다 싶어
옷은 조금 커도 입지만
운동화도 아니고 구두는 아니다 싶어 교환받아 오늘
도착했다.
맨발에 신어보니 불편하다.
스타킹 신고 신었는데.. 아.. 쫌.. 불편한데 싶다.
걸어보니 새 신발의 불편함에 온 발에 느껴진다.
그래도 나름 브랜드 구두인데
다시 교환해야 하나..
이전 구두에 그냥 밑창 하나 더 깔아 신었어야 했을까?
아님 내가 굽 있는 구두가 오랜만이어서
발이 불편해 하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아침부터 많이 움직인 탓이 발이 부으셨나? 싶기도 하고..
예쁜데..
스커트 한 번
원피스 한 번 입어 보려고 구입했는데..
어린 시절 처음으로 높은 굽의 구두를 신고 외출했다가
뒤꿈치 다 까지고 발이 너무 아파서 이걸 왜 신고 다녀?
싶었던 기억이 소환되었다.
그럼에도 그때는 높은 굽의 구두가 어느새 익숙해져서
당연하다는 듯이 잘도 신고 돌아다녔었는데
어깨에 쌓인 세월의 무게가 무거워서였을까?
구두 굽은 자꾸 낮아지고 낮아지고..
플렛슈즈나.. 운동화만 찾아 신었었는데 말이다.
매장에 갔었더라면 절대로 이런 불편함을 안고
데려오지는 않았을 것 같은 구두가 나랑 살겠다고
왔다.
내가 이 아이를 찾게 될까?
아니 어쩌면 어린 시절 처음 만났던 그 아이처럼
어느 순간 익숙해져서 룰루랄라 좋은 곳에 데리고 다닐지도
몰라..
그렇지만 그러기에는 나는 그때 그 꽃띠도 아니고..
그렇지만 그때처럼 그렇게 많은 시간을 걸을 일도 없지
오후에 다시 한번 신어 봐야겠다.
어떻게든 친해지려면 한 번은 더 손 내밀어 봐야 하지 않겠어?
언니가 나보다 작던가 발이?
비슷하기는 할 텐데 잘 모르겠다.
당연히 교환받은 사이즈이니 맞겠거니 하고
박스 뜯자마자 내용물들을 모두
버렸으니 아무리 박스가 있다 해도 반품은 좀 그럴 것 같고..
30이 커서 25로 바꿨는데..
살 빠지니 발도 작아지나 봐 했었는데...
이제 나는 맞지 않는 구두에 내 발을 욱여넣고 싶은 생각이
그다지 우러나지 않아서..
부은 거 아니라면 나보다 발이 작은 누군가를 수소문하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그렇게 새것인 채로 나이 들어가던지..
바람이 좋다.
속이 시원해지는 차가운 커피도 좋다.
엊저녁에는 고양이들이 마당에서 열심히 싸우더니
지금은 뒷집 마당에서 닭들이 싸우는 소리가 요란하다.
사람들이 고요하니 그 외의 것들이 빈 소리를 채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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