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괜찮은 오늘 2024

란타나 꽃이 피었다.

그냥. . 2024. 9. 29. 22:33
란타나

지난 유월 어느 날
윗집에서 꺾어 준 가지에서 꽃을 피웠다.
그래서 더 귀하다.
아주 작은 가지였는데 
그 가지로 유별스러웠던 더위의 끝자락에 꽃망울이 보이더니
이렇게 예쁜 꽃을 피웠다.
그것도 네 송이나.
똑같은 환경에서 똑같은 여름을 견디며 똑같은 사람에게 관리받으며
다른 거라고는 따로따로 심어졌다는 것뿐인데
이 아이는 이렇게 꽃을 피웠는데
다른 화분에 심어진 아이는 왠지 노랗다.
뭔가 잘못되었나 싶어서 다른 흙으로 채워서 다시 심었는데도
아직 싱그럽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여전히 피고 지고 하는 층꽃 한 나무와 
그 앞에 싶어진 다른 한 나무는 꽃망울도 아직이다.
왜 그런지 나는 모르겠지만 그들만의 사정이 있겠지.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란타나도 꽃 소식이 없는 층꽃나무도
꽃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폴짝~ 은 아니고..
새 구두를 신고 마당 한 바퀴 돌아볼까~ 하고 나서는데
멍뭉이가 따라나선다.
그래 혼자보다는 네가 같이 해 주면 더 좋지~ 하고
뒷골목을 또각또각 또각 거닐었다.
구둣발 소리가 경쾌하다.
그러고 보니 내가 운동화나 샌들 슬리퍼만 열심히
신고 다녔구나 싶다.
경쾌한 소리에 맞춰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산책하고 또 산책해도 좋은 멍뭉이랑 함께 걸었다.
별이 보이네..
별이 떴어.
별을 잊고 살았었는데 말이다.
총총 떠 있는 별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별은 어두울수록 더 아름다운데
뒷골목에도 우리 집 마당에도 가로등 불빛이
많이 밝아서 좀 아쉽기는 하더라고..
엄마네 마당에서 바라본 별은 더 반짝이기는 하더구먼~~
불편한 듯..
괜찮은 듯..
불편하 듯..
괜찮은 듯...
괜찮네... 하다가...
아.......... 쫌 불편한데..
하다가 결론은 그래 발이 편하지는 않다는 것..
밤이라 발이 부었을 수도..
흐흐흐..
그럼 언제 괜찮은 건데..
내일 낮에 나갔다 올 일이 있으니 그때 한 번 신고 나가
볼까 한다.
많이 걸어야 하는 거리가 아니니 신어 봐야지..
바람이 제법 싸늘하네
누군가 창밖 아니 골목을 걷은 사람이 있네 이 시간에...
아.......  옆집 남편 후배구나..
 
엄마 올해는 나락 언제 베어?
나락이 큰일 났어야 ~
왜?
우리 것은 아직 괜찮은데 
아랫논에 멜루가 꽉 차 가지고 약 한 번 하면 좋은데
수확시기라 지금 하면 안 된 데야..
그럼 어째?
그러니까 말이다~
긍게 엄마 저기 아랫지방에도 벼멸구 때문에 난리가 아니라데..
그러니까 올해는 왜 이렇게 벌레가 많다냐. 배추도 그렇고
무도 썩게 생겼어야~ 하신다.
하늘이 그러는 걸 어쩌겠어.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야지 
해도 엄마 마음은 편치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연세가 있으셔서 그런지 예전처럼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지는 않다.
연세가 무거워 스트레스를 덜 받는 상황이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애매하기는 하다.
엄마의 가을은 배추와 무와 쪽파 심어 놓은 텃밭에서 깊어 가겠지.
등 뒤로 쏟아지는 햇살만큼이나 따듯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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