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괜찮은 오늘 2024

그늘이 되어주기

그냥. . 2024. 9. 27. 22:54
멍뭉이의 그늘이 되기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오려면 조금 더운 듯해도 
서둘러 다섯시 조금 넘으면 산책을 나서야 한다.
바람의 변화에 민감한 건 나보다 멍뭉이다.
누구를 위한 나섬이며
이것이 산책인지 고행인지 모르겠을 여름 날들의 
걸음 걸이하고는 너무 다른 멍뭉이의 신난 걸음에서
그래 이래서 가을이 좋지 하며 
걷기 시작하면 나는 좀 덥다. 물론 멍뭉이는 더 덥겠지.
그래도 발바닥은 뜨겁지 않은지 걷는 걸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절반정도 가면 벤치가 있는데 아직 어린 나무는 그늘을 만들어 내지 못해서
벤치에 앉아 있는 털옷입은 멍뭉이의 그늘이 되어 주려고
바닥에 쪼그리고 앉았다.
요즘은 작은 그늘만 있어도 시원하다.
여름 산책길에는 돌아가는 반환점이 되는 곳인데
요즘은 아니다. 
절반은 더 가야 반환점이 있다.
그 절반을 더 가고나면 바람이 달라진다.
해는 서산 머리위에 걸려서 노을을 만들어 내기 시작하고..
확실히 노을은 여름이 예쁘네
요즘 노을은 한여름 노을만은 못한 것 같다.
한여름 노을은 강열한 여름 햇살만큼이나 정렬적이고
요즘 노을은 부드럽다.
부드럽고... 뭔가 스산한 느낌이 든다.
왤까? 산책하는 사람이 없어.
자전거 타는 사람 낚시하는 사람들은 가끔 있는데
이 좋은 계절에 산책하는 사람이 왜 없을까?
아직은 조금 더 시원해져야 하나?
오며 가며 만나는 사람도 멍뭉이도 있으면 좋겠는데
나만 한가한 삶을 살아가고 있나 싶다.
부지깽이도 거들어야 한다는 가을인가 싶다.
 
지금 시간이 열 시사십일분이네..
어제 바람 하고는 많이 달라.
제법 소름이 돋아 팔에 
얼마 안 있음 춥다 그러겠다 싶다.
오랜만에 아주아주 오랜만에 멸치에 캔맥하나..
차가워진 날씨가 캔맥을 생각나게 한 건...
더 날이 차가워지면 마지막 남은 캔 하나는
어쩌면 아주아주 오래  냉장고 한쪽 구탱이를
차지하고 잊힐지도 모른다는 
쓰잘데 없는 걱정에서 시작된 마음이다.
귀뚜리가 운다.
꽃밭에서도 울고
내 귀에서도 울고...
겨드랑이에 멍울이 만져진다.. 
제법 되었다.
별거 아니겠지만..
솥뚜껑 보고 놀란 가슴이라고 
살짝 신경이 쓰이기는 한다.
여기저기 관리받는 물혹이 몇 갠데 하나 더 늘었다고
이상할 것도 없는데 말이다.
가을이 깊어 가는 게 좋다.
저 건강하고 푸른 느티나무 잎사귀가
우수수수 떨어지는 날이면
나는 아마도 또 미친 듯이 센티함에 빠져들겠지.
그 가을..
낙엽이 지는 그 가을 분위기가
그 운치가 나를 환장하게 하지..
올해는 구절초 보러 갈 수 있을까?
거기 옥정호 구절초는 너무너무 볼수록 보고 싶은데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우리 집 남자가 긍정적인 대답을 해 놓았으니
엄청 바쁘지 않은 한 말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옥정호 구절초는 
마악 자랑하고 싶은 곳이다. 가을을 느끼기에
너무 좋은... 그리고 그다음은 내장산 단풍지는 풍경이지.
그리고 억새
억새는 머지 않은 곳 어디가 좋은지 잘 모르겠다
순천만은 갈대 갈대 말고 나는 억새가 조금 더 궁금하다
그 풍경도 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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