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독히도 덥던 날에는 절대로 들어오지 않던 햇살이
비스듬히 거실 안으로 들어왔다..
아직은 부담감이 살짝 느껴지는 햇살이지만
내 안으로 들어온 햇살이 반갑기는 무지 반갑다.
머지않아 곧 살가워 질것이고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조금만 더 머물다 가라고
양손 잡고 끌어 앉히고 싶어지겠지.
햇살은 이렇게 부담스러운 존재였다가 친근해지고
사랑하게 되는..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또 아........ 부담 스러 그런 날도
돌아오겠지만
돌고 도는 것이 자연의 진리라는 걸 말하지 않아도
느끼며 살아가는 하루하루..
아침을 먹고 그릇을 개수대에 옮기는데...
아............. 설거지하기 싫어.. 싶은..
컨디션 난조다.
설거지가 싫은 건 그만큼 기운이 없다는 신호다..
아니야.. 엄마는 나보다 더 연세도 많으신데
절대 해야 할 일을 제쳐 두는 적 없잖아.. 생각하며
설거지를 하고
어제 씻어 놓은 고춧잎에 간장을 부어놓고..
남편 라테 한잔 만들어 주고..
커피도 마시고 싶지 않은 날은 더 더 별로..
난 이따 먹어야지.. 하고 의자에 앉아 좀 쉬려는데
우리 집 멍뭉이 예쁜 눈동자 굴려가며 쉬 마려... 빨리 엄마!
하는 듯..
아빠 출근 뒤에 가자! 했건만..
급하다니까~ 하는 표정 때문에 동네 한 바퀴 돌고 들어와
커피 한잔 마실까...
이따...
그리곤 요가 가서 한 시간 반..
10월에 요가 작품 발표회를 위해서
30분 늘려 한 시간 반씩 수업을 해주신다. 선생님이..
우리는 열심히 따라 하고...
대부분 무리 없이 잘 따라 하는 것 같은데
나만 힘들어하는 듯싶어서 꽁냥꽁냥 속으로 내 못된
체력에 대하여 누구 탓도 아닌 내 탓임을 알면서도
투덜거렸었는데..
탈의실에서 만난 언니가 힘들다 한다.
그 말이 왜 그렇게 반갑던지..
저는 저만 힘든 줄 알았어요~ 했더니..
아니라고 자기도 요가 하고 나면 지친다고..ㅎ..
건강이 그리 좋은 분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열심히 하시는 걸 보면 정말 좋아 보였었는데
그 분만의 최선을 다하고 있었던 것이겠지
나처럼.. 최선을 다해 잡념을 버리고 집중하려
애쓰는 것처럼..
1월부터 했으니 제법 길다면 긴 시간인데
여전히 뻐근 뻐뻐근하다.
하다 보면 좀 나아지겠지 하면서도 날마다 뻐근함이
반갑지 않은..
틀렸던 동작들이 제대로 자리 잡아가면서 오는 근육통
같은 것이겠지.
안 되는 동작은 절대로 안되지만
동영상을 보면 그래... 뭐 이 정도면 민폐는 아니야
싶어 안도한다.
젊은 측에 속하지만
한 뻣뻣하는데다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정말 자신 없었는데 참 많이 발전했다 싶다.
가까운 곳에서 일하는 남편이 집에 와서 점심식사를 하는 터에
되는대로 차려
점심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나니... 목소리가
파업할 준비를 한다...
ㅎ.. 비싼 넘의 목소리..
남편 커피 만들면서 내 것도 만들어
목구멍을 적시고 온몸에 분사 되는 듯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
정신 차린 목소리..
그래 그래야지
청소하고.. 빨래 정리하고...
뜨개질 잡고 앉아봤자 낮잠이나 자겠구나 싶어서
노트북 앞에 앉았다.
꽃밭에 서성이는 바람을 보며..
초여름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예쁜 플록스와
바람에 몸을 맞긴 바늘꽃..
내가..
이 시간에..
여기 앉아... 바람 노니는 것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건 기울어져 비켜선 햇살 덕분이고
낮에는 아직 시원한 게 맛있는 커피 덕분이다.
커피 한잔이 크다..
금방이라도 픽 벗어놓은 옷가지처럼 널부러져 버리고 싶었던
나를 움직이게 하고 생각하게 하고 앉아있게 하니 말이다.
참 고마운 커피다.
이럴 때 보면 커피만 한 것도 없다.
하늘에 구름이 예쁘다.
하얀 솜사탕 같기도 푹신한 솜이불 같기도...
끌어 잡아당겨 머리까지 푹 뒤집어쓰고
피곤이나 달래 볼까?
아직 피곤이 덜 풀렸나?
손가락이 내 마음을 나보다 더 정확히 꿰뚫는 듯하다.
나는 괜찮다 됐다 싶었는데
손가락은 아직은 조금 쉬어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니 말이다.
타닥타닥 가을이 익어간다.
타다닥 타다닥 바람이 거들고 햇살이 애를 쓴다.
참 좋은 가을날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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