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괜찮은 오늘 2024

아침 산책

그냥. . 2024. 9. 24. 08:33

벚꽃나무 잎사귀에는 어느새 가을이 깊었다.

벚나무 잎사귀는 빨리도 진다.

마악 가을이구나 싶으면 언제인지도 모르게

쏟아져 내려 있는 나뭇잎들

많은 푸르름들이 

하늘과 바람과 줄기의 기운을 받으면서 열심을 다해

서늘해진 바람을 즐기고 있는데

벚나무 잎사귀는 어느새 발밑에 흩어진다.

일찌감치 꽃을 피우기 위해 더 많은 인내와 휴식이

필요하다는 듯이..

 

싸아한 아침 공기를 느끼며 멍뭉이와 동네 한 바퀴의 아침은

참 여러모로 좋다.

밥도 챙겨주고 커피까지 챙겨 주었건만 

더 게으르고 싶다고 엄살 부리는 몸을 흔들어 깨우기에는

더없이 좋은 공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침은 마당 한 바퀴 꽃밭앞에 그네였는데

언제부터 동네 한 바퀴가 되었을까?

출근하기 전 남편이랑 커피 한잔 마시고 있으면

벌써부터 멍뭉이는 중문 앞에서 기다리닥

그래도 움직일 낌새가 보이지 않으면 끙 끄으응하며

현관 앞으로 걸어 나간다. 급하다는 듯이

그래 나갔다 오자~ 하며 일어서면 

앞장서서 달려 나간다.

대문 앞 골목 한산하기는 하지만 출근길 차들이 염려스러워

국수야 차 차 온다 차! 소리를 지르면 

멈칫 멈칫 속도를 줄인다.

아.. 여기는 차가 가끔 다나는 길이구나 싶은 모양다.

오늘은 크게 한 바퀴 돌고 들어오는 자두를 만났다.

자두는.. 국수가 좋아하는 몇 안 되는 멍뭉이 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멍뭉이다.

하얀 백설기에 노랑 콩가루를 굴리다 만듯한~

정말 바로 씻겨 나온 듯이 깔끔하고 새침하고 아련한 눈을 가진

무엇보다도 순하고 소심해서 둘이 잘 맞는 것 같다.

멍뭉이에게도 취향이 있고 마음이 있다는 것을

우리 국수가 자두를 대하는 것만 봐도 알 수가 있다.

앞집 둥이는 말 그대로 보면 뛰다가 멈칫.. 서로 냄새 잠깐

그리고 끝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내외하는 모양새가 우스운데

자두는 졸졸 따라다닌다.

너무 가까이 가지도 않고, 좋다고 달려들지도 않고

과하게 반가워하지도 않지만

가만가만 인사하고 가만가만 담소 나누듯 그렇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는다.

사람을 좋아하는 우리 멍뭉이가 주인보다 자두를 더 

좋아하는 것만 봐도 자두는 우리 국수 스타일인 것이다.

겁 많고 소심하고.. 뒤끝 오래가고

세상의 모든 사람이 아군이라고 생각하는 우리 국수에게

자두는 부담스럽지 않고 안 봐도 괜찮지만 보면 정말 반갑고

같이 걷고 싶은 이웃이자 친구이자 바람 같은

존재가 아닌가 한다.

다행이야..

국수에게도 사람 아닌 참 좋은 멍뭉이 이웃이 있어서..

 

작은아이 와이셔츠를 빨아 널어놨다.

잘하지 않는 손빨래를 해서 물기 탁탁 털어 

처마에서 끌어 내 바람 잘 통하고 햇살 너그러운 마당 가운데에

내어 놓은 건조대 옷걸이에 얌전히 걸어 

널어 두었다.

햇살 향기 가득 담아 곱게 포장해서 오후에 택배로 보낼 예정이다.

좋은 일이 많이 생기려고 거기까지 가는 길이 좀 복잡한 모양이다.

명절 때 난 접촉사고로 수리 들어간 차 안에 있다는 양복

공업사가 회사나 집하고 너무 멀어 가지러 갈 수가 없다기에

집에 있는 양복과 큰아이 구두가 급하게 모인 것이다.

아이의 노력과 큰아이의 구두와 아빠의 격려와 엄마의 정성이

함께 아이의 면접장에 하게 되었으니

아이에게 좋은 방향으로 좋은 일이 생길 모양이다.

햇살이 참 좋다.

오늘 하루도 건강하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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