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괜찮은 오늘 2024

산책하기 좋은 계절

그냥. . 2024. 9. 25. 23:10
가을빛 강아지풀

오후 산책길에 만난 강아지 풀이다.
멀리 저물어가는 햇살에 반짝이는 강아지풀이 
참 멋스럽다.
내 눈에 보이는 만큼 예쁘게 담고 싶었는데
마음만큼 되지는 않은 것 같아 좀 아쉽다.
 
며칠만 며칠만 더 두고 보자 싶었던 고춧대를 오늘 
뽑아 버렸다.
키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라고. 아직 꽃도 제법 피어 있기는 한데
제대로 된 고추가 없다.
빨갛게 익었다 싶으면 여지없이 구멍이 뚫려있다.
풋고추도 마찬가지다.
작고여린 고추들을 그다지쓸모가 없다.
어느 정도 약이 차야 장아찌도 담고 냉동실에 얼리기도 하는데
구멍 난 고추를 얼릴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말이다.
그래서 뽑아 버렸다.
자라는 속도에 맞춰 쳐 놓은 줄을 잘라내고
지주대를 뽑아. 정리하고
고춧대를 뽑아내고..
사실 마당에 있는 텃밭이라 별 거 아니라 생각했는데
나는 아직도 내가 예전에 겁 없이 일 하던 그때의 나로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제법 시간이 많이 걸렸다.
고춧대는 좀 마르면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 해 볼 일이다.
고추 수확할 때는 좋았는데 뒷처리가 애매모호하다.
내다 버리기도 쉽지 않고..
그렇다고 말려서 태우자니 그것도 번거롭고 쉽지 않을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어찌하는지 물어봐야겠다.
예전에는 어찌 처리했었는지..
하긴 그때는 문제가 아니었지 울안이 아니었으니까..
1년 텃밭 고추 농사가 이렇게 끝이 났다.
청양고춧잎은 연한 걸로 뜯어서 씻어놨다.
물기 많이 빠지면 장아찌 담으려 한다.
비율 맞춘 간장물로 했었는데
엄마가 장아찌간장으로 해도 맛나더라 해서
장아찌간장을 사다 놨다.
내가 만든 거보다 더 맛있을 것 같은 기대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산책 가는 길에 들여다본 엄마네 시시티브이에는
엄마가 배추 밭에서 뭔가를 하고 계시길래 저넥에 통화하면서 물었더니 비료 주었다한다
저렇게 정성으로 키우시니 뭔들 잘 자라지 싶다.

 
 
남편이 저녁식사 약속자리에 나갔다가 술을 마시고 왔다.
자주 있는 일이다.
내 보기에는 좀 많이 마신 것 같은데 본인은 아니라고..
냄새가 이야기를 하고 꼬인 혀가 증명하는데 아니라고..
그럼에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내 머릿속에는 온통... 술 많이 마셨어... 밖에
다른 말들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나는 왜 이렇게 술 먹은 말들에는
말은 흘려 보내 버리고 술만 인식하는 걸까?
당신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도
난 술 밖에 머릿속에 안 들어와.. 하려다 말았다.
나중에 가볍게 한 번 해 볼까?
그래봐야 두 병이라는데.
그것이
그래봐야인지
그렇게나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내 보기에 남편은 한 병이면 딱 좋을 것 같은데..
그럼 잔소리 안 하겠는데 말이다.
하긴..
술 말고는 잔소리할 일도 없다.
나 또한 남편에게 완벽한 마누라는 아닐 테니..
도찐개찐이긴 하겠지만 술은 좀 줄였으면 싶은
마음을 평생 안고 산다.
아마 내가 죽을 때까지 그러고 살지 않을까? 싶다.
커피를 못 마시는 사람이 있듯
술을 못 마시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듯
남편은 단지 술을 좋아할 뿐인데... 말이다.
그걸 나는 아직도 왜 인정하지 못하는건지 나조차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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