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가 너무 좋아 포치에 나와 앉았다.
밤새 앉아서 들어도 좋을 것 같다.
이미 육신은? ㅎ.. 육신 이래니 우습네
몸은 피곤하고 눈은 뻑뻑하기는 하지만
밤비 소리가 투닥 투닥 정겹게 들려서
같이 정담이나 나누며 놀자는 것 같다.
이 밤에 비 내린다고 이렇게 나와 앉아 있는 날도
많지 않겠지.
금새 추워지겠지.
골목을 지키고 있는 가로등 불빛이 유난히 차분하게
보인다.
가로등도 깊어가는 가을비에 감성이 듬뿍인 모양이다.
오늘은 마음이 좀 복잡하다.
사실 복잡할 것도 없는 그저 그냥 그런 평범한 날이었는데
그냥 마음이 그렇다.
우리 멍뭉이는 오늘 밤에 깊은 잠을 잘 수 있을까?
악몽에 시달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잘 가지 않는 대형 꽃집에 이웃들과 함께 갔었는데
거기 큰 멍뭉이가
우리 멍뭉이를 엄청 좋아하더라고.
우리 멍뭉이는 큰 멍뭉이 무서워하는데 말이다.
무섭게 으르렁거리거나 위협하지는 않는데
좋다고 들이대니 주눅이 들어서는 자꾸 나를 타고
올라가려고 하는 거다.
좋아서 그런가라는 걸 나는 알고 있지만
멍뭉이는 알리 없으니 말이다.
떼어내고 야단치고 해도 안 되는..
그 집주인도 어지간히 무덤덤하더라고..
워낙에 순둥이에 잘 훈련되어 있다는 믿음 덕분이겠지.
아.......... 제법 춥네
마악 나왔을때는 딱 좋다 생각했는데
비 묻은 바람이 옷 속으로 파고드니 으스스 춥다는 느낌이다.
그래도 좋네.
이런 비 묻은 바람은 또 언제 이렇게 나와 앉아
좋다 할 수 있겠어. 어느새 추워질 텐데....
멍뭉이 간식 만들 재료를 주문했다.
내일 올 것 같아서 오늘은 고구마를 껍질 벗겨 쪄서는
채 썰어 채반에 담아 놨다.
내일 간식 재료 오면 손질해서 같이 만들어 내려고..
오랜만이다.
내내 만들어 먹였었는데
7~8년을 먹다 보니 질려하는 것 같아서 한 1년 쉬었다.
다시 만들어 먹어야지. 아무래도 고구마 말랭이는 살도 많이 찌고..
간식 사 먹이는 것보다 만들어 먹이는 게 내가
우리 멍뭉이한테 해 줄 수 있는 최소 또는 최대한의 애정이니까...
엄마한테 전화하는 걸 깜빡했다.
엄마네도 비가 내리고 있겠지.
어제 하늘 보고 누워있던 들깻대는 어찌 다 처리하셨나 싶다.
내일은 낮에 전화 한 번 해 봐야겠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빗소리나 듣다가..
들어가 자야겠다.
비가 내리는 밤
빗소리가 들려서
비 묻은 공기가 있어서 좋은 밤이다.
빗소리는 아주 좋은 자장가이기도 하지만
그냥 마냥 좋은 배경음악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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