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네 가는 길에 시시티브이로
마당을 확인하니 엄마가 텃밭에서 무언가를 하고 계셨다.
마당에는 덕석 위에 들깻대들이 누워 하늘을 마주하고 있었고
논두렁에 심어 놓은 콩 대 몇 개도 같이 있었다.
텃밭에 지난 봄부터 피고 진 사피니아가 여전히 예쁘게
피어 있고
천일홍은 마치 시루떡을 통째로 엎어 놓은 냥 둥그런
꽃방석을 만들고 있었다.
통화가 안될꺼야 하면서 하면서 전화를 눌렀는데 역시나
못 들으시는지 안 받으신다.
도착 15분쯤 남겨두고 다시 시시티브이를 보니
엄마가 토방에서 전동차 덮개를 벗기고 계셨다.
어디 가시려고 그러나 싶어 급히 전화를 했더니
논에 콩대 몇 개 베러 가신단다.
엄마네 집 앞 마을회관 마당에는 바람이
가을운동회라도 한창인 듯 분주하다.
남편은 집으로 나는 멍뭉이랑 논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입은 치마가 바람에 휘날리니
바닷가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다 보니 저만치 잘 마른 콩대만
골라 베고 있는 엄마가 보이니
멍뭉이가 뛰기 시작한다.
저기 거기에 계시는 분이 외할머니라은 걸 그냥 경험으로
아는 것이다.
추운데 뭐 하러 나왔어. 집에 들어 가 있지.. 하는
엄마는 더 추워 보인다.
늘 바쁘다. 엄마는
가을 일이 끝나가는 들판은 휑하니 비워져 가고 있는데
그 몇 남지 않은 일들까지도 스스로 마무리되었다 생각이 들어야
손 털고 일어나 편안해지실 분이다.
지난번에 갔던 백반집에 갔다.
자주 가는 한우갈비탕집은 사람도 너무 많고
사실 엄마도 백반 더 좋아할 것 같고 나도 백반 더 좋아한다.
남편도 백반 좋다고 하고..
그렇게 가까운 곳에 오전 11시 40분부터 북적이는 식당이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밥 하면 그냥 대충 가까운데 나가서 먹고 마는 거였는데
요즘은 정보가 많으니 이렇게 맛난 식당도 찾고..
엄마가 참 잘 드신다.
밥 한 공기 다 드시고.. 반찬도 거의 다 비웠다.
점심 사 드리고..
집에 들어가 잠깐 앉았다가 바로 돌아왔다.
남편이 오늘 아침에도 일을 해서 피곤할 것 같기도 했고
오늘은 좀 쉬어야지 싶었기 때문이다.
엄마랑 사위가 사 주는 밥 한 끼 먹고..
엄마한테 나 괜찮지~ 보여주면서 몇 마디 이야기하고..
그럼 된 거지 싶다.
오늘은 뭐 가져갈 게 없네... 하는 엄마에게
엄마는 그럼 날마다 가져가? 하며 웃었다.
엄마가 거기 계셔서 참 좋다.
엄마랑 밥 한 끼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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