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괜찮은 오늘 2024

호의는 받을 줄도 알아야...

그냥. . 2024. 10. 17. 23:01

순창장류축제장의 핑크뮬리

왜 요즘 핑크뮬리가 대세인 줄 알 것 같다.

하늘하늘한 것이 온통 핑크빛이다. 그 어떤 다른 색도

끼어들지 못하게 꽉찬 핑크

이 가을에 핑크라니.. 

뭔가 안 어울리는 듯 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 잘 어울리니

대세인게지.

 

지금 이시간 왜 이리 멀쩡한지 문득 깨달았다.

저녁에 남편이 소고기 사 준다고 해서 먹으면서

남편 소주 한 병 나는 우겨서..ㅎ..

오늘은 우기고 싶었다. 뭐 그런 날도 있는게지

알콜에 너그러운 남편의 허락 하에 캔맥하나 마시고 약을 건너뛰었다.

그러니 이렇게 멀쩡한 것을..

왜 그 약을 먹어야 하는지 정말 이게 아이러니다.

피곤함은 좀 있다.

눈은 뻑뻑하고.. 어깨도 좀 묵직한 것 같고..

컨디션이 메롱하기는 했지만 오후에 고구마를 캤다.

사실 내일 온다는 이번 비가 지나고 나면 캐려 했었는데

남편이 자기 있을 때 손댔으면 싶었는지 먼저 서둘기에

고구마 순을 걷어내고 비닐도 걷어내고

호미질을 하기 시작하는데

왜 이리 흙이 땡땡한지 돌덩이 같더라는..

가을에는 그렇게 가물거나 그러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밟고 다닌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땅이 다져졌을까?

새 흙이라 그럴까?

작년에 새로 흙 받아 심은 거라 그런지 어쩐지

고구마는 ㅎ... 고구마 있는 덩쿨 하나에 없는 덩쿨 다섯 개는 되는

모양이다.

고구마는 또 왜 그렇게 깊이 박혔는지 

멀쩡한 고구마가 몇 개 없다.

호미에 찍히고 손으로 잡아당기다가 끊어지고...

아이고.. 고구마 이렇게 안 들은 줄 알았으면 순이나 더 

뜯어먹자고 놓아나 둘걸.. 싶은 마음까지 들더라고..

고구마가 안 나오고 땅만 땡땡하니 힘은 더 들고 

날은 저물어 가고...

우리 멍뭉이 1년 먹을 간식은 만들어야 하는데

고구마 다섯 고랑 가운데 세 고랑 캐면서

고구마 사야겠네... 남편이 그러길래

그러게 고구마 사야 할 것 같아했다.

적어도 엄마네 한 박스 드리고 우리랑 멍뭉이 먹을 것은 

캘 줄 알았는데 말이다.

올 농사는 40점도 못 되는 것 같다.

고추 농사도 그렇고 고구마 농사는 20점도 안 돼..ㅠ.ㅠ

이런 농사를 짓다니 모모여사도 엉터리 농사꾼 다 되었다.

옆집도 좀 나눠 먹고 하려고 그랬는데 나눠 먹기는커녕

얻어먹어야 하게 생겼다.

이제 남은 건 생강인데 그것도 별 볼일 없을 것 같은

예감이 강력하게 밀려온다.

제법 정성 들였는데 

왜 이모양이었을까?

정말로 이상기온만 탓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흙이 저렇게 딴딴한 것이 남편은 관리기로 깊게 갈지 않은 것이

그렇게 된 것 같다 한다.

그래서 고구마가 제대로 들지 않고 뿌리만 있는 것 같다고..

어찌 됐건.. 올해는 고구마도 사 먹어야 한다는~~

 

낮에 뒷집 애엄마가 전화가 왔다.

이제 들어가려고 하는 길인데 뭐 먹을 것 좀 사다 드릴까요~ 하고

아니 괜찮다 했다.

따듯한 거나 시원한 거나 뭐 먹고 싶은 거 이야기하라는데..

사실 따듯한 거나 시원한 거나 뭐 생각나는 것도 없기도 했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다 나는....

그리고 그런 고마운 호의 잘 받아들일 줄을 모른다.

마음은 너무너무 고마운 거 아는데..

거절하는 게 대수는 아니라는 것도 아는데 잘 안 되는

모모여사의 소심함....

다음부터는 사양하지 말아야지..

나는 자잘한 호의는 나누며 살면서 왜 받는 데에는 그렇게

어색하고 잘 안되는지 모르겠다.

서로서로의 정인데 말이다.

아마도 태생이 그런 면도 있지만

받는 것에 익숙하지 못한 탓이 아닌 가 싶다.

그렇게 엄마한테 받고 살았으면서도 말이다.

그러지 말아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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