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괜찮은 오늘 2024

따로 또 같이

그냥. . 2024. 10. 13. 21:06
우리 멍뭉이와 옆집 멍뭉이

흔하지 않은 투샷이다.
바로 앞집 둥이 공주님과 우리 멍뭉이는 
날마다 보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특별한 공주님 대접받고 사시는 둥이에게는
너무도 하찮은 존재였을까?
까칠한 공주님이 취향이 아니라는 듯 내외하던 사이였었다.
그렇게 살아 온 세월이 적어도 만 8년 차..
세월은 까칠한 공주님이 하찮은 국수에게도 곁을 내어 주는
부드러움을 주셨고 그 덕에 많이 가까워지기는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소심 왕 뒤끝 왕자님인 멍뭉이는
나는 이미 너에게 받은 상처가 많아서 말이야..
나는 너를 가까이 하고 싶은 마음이 없거든!!이라는 듯
거리를 좁히지 않았었는데
많이 아주 많이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그 이유로는 너무 좋아하는 옆집 누나가 있었기 때문이다.
누나 멍뭉이~ 누나 국수!! 하고 반겨주는 옆집 큰누나가 너무 좋은 탓에
까칠한 공주님께도 마음의 거리를 좁힐 수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멍뭉이는 그렇다.
겁도 많고 뒤끝도 작렬이고 어디 그것 뿐인가.
오직 그대.. 다.
오직 엄마!!
오늘은 순창에서 하는 장류축제를 보러 가기로 했다.
멍뭉이도 환절기 탓인지 아침인데도 늘어져 계시더니
엄마 아빠가 준비하는 모양새가 보이니 저도 가겠다고
멍멍 거리기 시작했다.
그래 너도 같이 갈 거야. 걱정하지 마!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이렇게 길고 복잡하고 어려운 엄마의 말을
알아듣기에는 멍뭉이는 저 혼자 집을 지켜야 하는 일이 너무 잦았기 때문에
그냥 마냥 떼를 쓴다.
나도 나도..
나 혼자 집에 있기 싫단 말이야~ 나도 나도.. 하듯이..
두 번 다시 돌아보지 않고 냉장고 문을 열어 간식을 꺼내면..
아.............. 오늘은 안 되는 거구나 포기를 하는데
오늘은 이도 저도 아닌 것 같으니..
엄마가 분명 냉장고에서 간식을 꺼내기는 했는데 가방 속에
챙겨 넣는 것이 뭔가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았는지 더 앙앙 거린다.
멍뭉이 가방을 챙기면서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아빠 따라 나가라고 
해서 나가기는 했는데 그래도 불안은 여전한 모양이다.
대문 앞에서 누나 멍뭉이~ 안녕.. 하며 부르는 누나가 둥이랑 
멍뭉이를 부르는데도 엄마만 바라보고..
마당에 내려와서도..
국수야 누나~ 누나 인사 해야지~ 해도 소용이 없다.
엄마 나 나 빨리 안아! 안으란 말이야~~라고 앙앙 거리는 걸 보고..
옆집 누나가 그래 국수... 누나도 안 보이지 하는데도
오직 엄마뿐이다.
엄마가 있어야 옆집 누나도 있고,
엄마가 있어야 오랜 친구인 둥이도 있고
엄마가 옆에 있는 다음에야 아빠도 좋은..
우리 멍뭉이는 소심하다.
세상 성격 좋은 아이처럼 
서비스맨 아저씨가 오면 예뻐해 달라고 들이 밀고..
축제장에서 쉬고 있는 아르바이트생들 옆을 지나가다가..
아이구 귀여워~ 하면 
어찌 저한테 하는 말인 줄 찰떡같이 알아듣고는 그 옆에 가서
쓰담이라도 한 번 받아야 움직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게 관심 없는 사람 곁에는 
절대로 먼저 다가서지 않는 도도함까지..
우리 멍뭉이는 그렇다.
어느 만큼은 내가 보이고 
또 어느만큼은 남편이 보인다.
주인 성향 따라간다는 말이 다 틀린 것 같지는 않다.
멍뭉이랑 같이 살아온 시간이 꽤나 많이 쌓였다.
20017년 2월 초였으니 만 7년 하고도 8개월이 지났다.
16년 11월 생이라 했으니 적지 않은 나이다.
나를 만나기 전의 삶이 어땠을지는 모르지만..
저 멍뭉이의 삶이 나를 만나고 서부터는 그래도 괜찮았어!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날들이었기를 바란다.
다 완벽하게 잘할 수는 없었겠지만 나름 나만의 최선은 
다 했음이..
멍뭉이에게서 얻어지는 위안과 따듯함에 비하면 뭐 그 정도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아이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 그래 엄마 나는
여기서의 삶이 괜찮았어!라고 표현 되어 있으면 좋겠다.
멍뭉이....
말이 멍뭉이이지..
사람하고 다를 게 없는 감정을 가지고 있다.
좋은 거 싫은 것..
귀찮은 거 힘든 것..
그리고 행복할 때,... 또는 슬플 때..
슬픈 건 잘 모르겠다.
멍뭉이에게 어떤 슬픈 순간이 있었는지는 나는 잘 모르겠지만..
무튼 사람하고 다르지 않은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 보면 나보다 더 솔직한 표현을 할 줄 아는 것 같기도 하다.
감정에 솔직할 수 있는 것에도 의지와 용기가 필요한 것임은
이성이라는 게 있는 인간만의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렇다.
삶은.. 멍뭉이에게나 나에게도
한 번뿐인 것을..
다시라는 건 없는 것이고...
오늘 같은 내일은 있을 수 있지만 내일은  또 다를 내일인 거지
오늘은 아니라는 것이다.
주인의 성향에 따라 멍뭉이의 성향이 영향을 받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우리 멍뭉이도 어느 부분에서는 나처럼
사소하고 작은 것에 행복해하고 만족하면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멍뭉이랑 둥이랑 산책을 하면서....
분명한 오지랖이겠지만 뭔가 안타까웠던..
아니 안타까웠다기보다는 안쓰러웠던 그 아가씨에게..
내 큰아이 이야기를 하면서...
그러니까 자기도 자기 인생 살아..라고 한마디 던졌다.
아무런 울림 없이 느껴졌을지도 모르겠지만..
뭔가 내 아이처럼
큰 아이라는 무게감.. 엄마나 아빠에 대해 보상해 주어야 한다는
의무감 그런 것 내려놓고 살아..라고 말했다.
순전히 내 시선에서 바라보고 느끼는 것이니 잘못 됐을 수 있지만
내가 느끼기에 자기도 가끔은 안타깝더라고 내 아이처럼.. 
조금 더 긴 시간이 있었다면 그 아가씨의 이야기도 들어 볼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이미 대문 앞이어서 거기서 이야기를 끝냈다.
부담 갖지는 마.. 그냥 내 시선에서 느낀 내 감정이 다분히 포함된 이야기이니까..
하고 말을 끝냈다.
사실 잘 모른다.
내 아이도 잘 모르는데 옆집 아가씨를 내가 얼마나 알 수 있겠는가 말이다.
이러쿵저러쿵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 느껴졌던 것은 엄마에 대한 무게 때문에
어떤 인생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내가 기준이 아닌 엄마가 먼저 
앞서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 인생의 선택과 결정에서의 주인공은 내가 되어야 한다는 내 생각..
그것이 부모에게 어느 만큼의 서운함이나 노함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어쨌건 내 인생이니까..
먼 훗날 되돌아봤을 때.. 그래 엄마 때문에 또는 아빠 때문에.....로
후회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 생각이 들었다.
디딤돌이 되어 주기 위해 여기랑 여기랑 여기만 딛고 뛰어
거긴 수렁이야!라고 말하는 엄마는 되지 말아야지 싶은..
디딤들이라고 놓아준 그 돌덩이에 내 아이의 삶이 눌리거나
그늘에 치이거나 해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기형적으로 자라게 된다면 그보다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
또 있겠나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너무 무겁다.
이렇게까지 무거운 마음은 사실 아니지만..
작은 돌멩이 하나도 그 밑에 있는 풀씨는 기형적으로 자라기 쉽다.
물론 더위와 폭우와 알 수 없는 시련의 방패 막이가 되어 줄 수도 있겠지만.
그것마저도 마지막 보루여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는...
너의 마지막 보루...
언제든 네가 필요하면 찾아들 수 있는..
쉬어 갈 수 있는..
도와 달라고 손 내밀 수 있는 그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길 바란다.
너는 니 인생 살아.
나는 내 인생 살 테니..
그렇지만 네가 기대고 싶고 쉬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내게로 와 그게 엄마이고 아빠인 거야.
그거 아니면 니 맘대로 사라 니 하고 싶은 대로 살아
나는 너를 알아. 넌 니 인생 충분히 잘 살아 낼 수 있는 아이라는 것을..
그래 그렇게 우리 거리를 두고 살아 보자.
언제든 니가 원하면 좁힐 수 있는 거리..
그거면 돼
그거 말고 다를 뭔가를 엄마가  끼어 넣으려한다면..
이야기해 주렴.. 엄마 엄마는 그런 걸 원하지 않았었어! 하고..
그럼 또 나는 너에게 어느 만큼 의 서운한 감정을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 그것이 내가 원한 너와 나와의 관계의 법칙이었지! 하고
나를 다지는 계기가 될 거야.
우리 같이 또 따로 잘 살아 보자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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