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괜찮은 오늘 2024

함께해서 좋았던

그냥. . 2024. 10. 12. 23:03

멍뭉이

우리 집 멍뭉이가 예뻐졌다.

지저분해서 미간이랑 위생미용을 살짝 했을 뿐이고

목욕을 했을 뿐인데 다른 강아지가 되었다.

마치 화장을 한 것처럼 진한 아이라인이며

새까만 코

앙다문 입

한껏 들어 올려서 울 엄마가 뭐라고 중얼중얼 하는 건지 집중하는 두 귀

귀여워서 뽀송해서 푹신해서

자꾸 손이 간다.

볼을 살짝 살짝 긁어주면 그릉그릉 소리를 낸다.

배를 살짝 살짝 문질러주면 

하늘 보고 벌러덩 세상 편한 자세로 주무신다.

등이 폭신해서 살짝 끌어안으면 그르르릉 

좋다고 소리를 내며 뽀뽀하자 한다.

뽀뽀 싫어 살짝 피하면.. 아.. 울 엄마는 뽀뽀 안 좋아해

하고는 그르릉 단잠을 잔다.

그러고 보면 멍뭉이 불리불안은 내 탓인 듯싶다.

자면 이뻐서 건드리고 잘 놀고 있으면 

또 귀여워서 건드리고

간식 달라고 조르면 또 못 이기는 척 내어주고..

마당 갈까?

산책 갈까?

동네 한 바퀴?

밥 묵을까?

간식 줄까?

아빠 마중 나갈까?

골목 아니고 꽃밭 어때?

늘 옆에 휴대폰 보다 더 가까이 두고 

들여다보고 건드려 보고 챙겨보고

마주 보고 그랬으니

애가 나 없으면 불안해하지.

내가 지 세상의 전부인 것은

내 탓인 게다.

홀로서기할 수 있게 거리를 두었어야 맞는 거였는데

내가 그렇게 만들어 놓고..

나만 바라본다고

나만 좋아한다고

나만 기다린다고

나만 생각한다고 

뭐라 하면 안 되는 일인 것이다.

그렇게 만들었으니 

그 책임도 나에게 있는 것...

더 오래 

더 건강하게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니가 행복해야 내가 행복하듯

내가 행복해야 너도 행복하니 우리 서로 잘 해보자.

너에게 어느 만큼 의 자유를..

나에게 어느만큼의 자유를..

멍뭉아 니가 있어 참 다행이다.

너나 나나 누구에게든 많은 짐이 되지 않도록

건강하게 씩씩하게 살아보자

 

오늘은 읍민의 날 행사에서 요가 발표가 있었다.

8월부터였나? 무튼 제법 연습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의 긴장과 설렘..

그런 감정 속에서 우리의 친밀감은 더해진다는 것...

보는 사람은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우린 제법 좋았다.

그리고 만족할만하게 했다고 생각한다.

단 4분을 위해 준비하고 연습하고 

그러는 동안 끈끈한 뭔가가 같이 하는 사람들 사이에 

생겼다.

이래서 이벤트가 필요한 모양이다.

그것도 긴장했다고 무진장 피곤했던 것은

순전히 내 불량 체력 때문이겠지.

집에 와서 두 시간은 잔 것 같다.

그래도 기분 좋았어. 뿌듯하고..

요가할수록 어렵고..

해도 해도 뻣뻣해서 여기저기 뻐근하기는 하지만

재미있다.

처음에 무대에 서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부담감만 있었는데..

그러다 안 해도 되는데 몇 목소리 큰 사람 때문에

해야 하게 되었다고 핑곗거리를 찾고 싶어 했었는데

함께 하고 이런 뿌듯한 만족감이 있구나 싶다.

내 안에서 찾는 자존감이 물론 나의 중심 뼈대가 되겠지만

함께하는 데서 얻어지는 이런 뿌듯함 또한 

단단한 근육이 되어 날 지켜주는 기분이 되어 주는 것 같다.

빠지지 않고 빼지 않고 

변명하지 않고 함께 할 수 있는 뿌듯한 일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보고 싶다는 매력을 느꼈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라지만..

그 혼자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건 함께였던  좋은 기운 

뭐 그런 기본 적인 것이 깔려 있기 때문이겠지.

혼자 만들어 낸 만족감 하고는 또 다른

만족감에 오늘 가을 하늘만큼이나 마음이 부풀었다.

좋았어.

나른한 피곤마저도 너무 좋은 날이었어.

이래서 내가 가을을 좋아해.

맥락 없는 말이겠지만 말이다.

 

담장 옆에 고양이가 사색을 즐기고 있다.

저 고양이처럼 나도 아무 이유도 걱정도 없이 이 밤 창가에 앉아

오늘 일을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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