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요즘 핑크뮬리가 대세인 줄 알 것 같다.
하늘하늘한 것이 온통 핑크빛이다. 그 어떤 다른 색도
끼어들지 못하게 꽉찬 핑크
이 가을에 핑크라니..
뭔가 안 어울리는 듯 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 잘 어울리니
대세인게지.
지금 이시간 왜 이리 멀쩡한지 문득 깨달았다.
저녁에 남편이 소고기 사 준다고 해서 먹으면서
남편 소주 한 병 나는 우겨서..ㅎ..
오늘은 우기고 싶었다. 뭐 그런 날도 있는게지
알콜에 너그러운 남편의 허락 하에 캔맥하나 마시고 약을 건너뛰었다.
그러니 이렇게 멀쩡한 것을..
왜 그 약을 먹어야 하는지 정말 이게 아이러니다.
피곤함은 좀 있다.
눈은 뻑뻑하고.. 어깨도 좀 묵직한 것 같고..
컨디션이 메롱하기는 했지만 오후에 고구마를 캤다.
사실 내일 온다는 이번 비가 지나고 나면 캐려 했었는데
남편이 자기 있을 때 손댔으면 싶었는지 먼저 서둘기에
고구마 순을 걷어내고 비닐도 걷어내고
호미질을 하기 시작하는데
왜 이리 흙이 땡땡한지 돌덩이 같더라는..
가을에는 그렇게 가물거나 그러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밟고 다닌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땅이 다져졌을까?
새 흙이라 그럴까?
작년에 새로 흙 받아 심은 거라 그런지 어쩐지
고구마는 ㅎ... 고구마 있는 덩쿨 하나에 없는 덩쿨 다섯 개는 되는
모양이다.
고구마는 또 왜 그렇게 깊이 박혔는지
멀쩡한 고구마가 몇 개 없다.
호미에 찍히고 손으로 잡아당기다가 끊어지고...
아이고.. 고구마 이렇게 안 들은 줄 알았으면 순이나 더
뜯어먹자고 놓아나 둘걸.. 싶은 마음까지 들더라고..
고구마가 안 나오고 땅만 땡땡하니 힘은 더 들고
날은 저물어 가고...
우리 멍뭉이 1년 먹을 간식은 만들어야 하는데
고구마 다섯 고랑 가운데 세 고랑 캐면서
고구마 사야겠네... 남편이 그러길래
그러게 고구마 사야 할 것 같아했다.
적어도 엄마네 한 박스 드리고 우리랑 멍뭉이 먹을 것은
캘 줄 알았는데 말이다.
올 농사는 40점도 못 되는 것 같다.
고추 농사도 그렇고 고구마 농사는 20점도 안 돼..ㅠ.ㅠ
이런 농사를 짓다니 모모여사도 엉터리 농사꾼 다 되었다.
옆집도 좀 나눠 먹고 하려고 그랬는데 나눠 먹기는커녕
얻어먹어야 하게 생겼다.
이제 남은 건 생강인데 그것도 별 볼일 없을 것 같은
예감이 강력하게 밀려온다.
제법 정성 들였는데
왜 이모양이었을까?
정말로 이상기온만 탓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흙이 저렇게 딴딴한 것이 남편은 관리기로 깊게 갈지 않은 것이
그렇게 된 것 같다 한다.
그래서 고구마가 제대로 들지 않고 뿌리만 있는 것 같다고..
어찌 됐건.. 올해는 고구마도 사 먹어야 한다는~~
낮에 뒷집 애엄마가 전화가 왔다.
이제 들어가려고 하는 길인데 뭐 먹을 것 좀 사다 드릴까요~ 하고
아니 괜찮다 했다.
따듯한 거나 시원한 거나 뭐 먹고 싶은 거 이야기하라는데..
사실 따듯한 거나 시원한 거나 뭐 생각나는 것도 없기도 했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다 나는....
그리고 그런 고마운 호의 잘 받아들일 줄을 모른다.
마음은 너무너무 고마운 거 아는데..
거절하는 게 대수는 아니라는 것도 아는데 잘 안 되는
모모여사의 소심함....
다음부터는 사양하지 말아야지..
나는 자잘한 호의는 나누며 살면서 왜 받는 데에는 그렇게
어색하고 잘 안되는지 모르겠다.
서로서로의 정인데 말이다.
아마도 태생이 그런 면도 있지만
받는 것에 익숙하지 못한 탓이 아닌 가 싶다.
그렇게 엄마한테 받고 살았으면서도 말이다.
그러지 말아야지 싶다.
'지나간날들 > 괜찮은 오늘 2024'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 번쯤은.. (3) | 2024.10.19 |
---|---|
가을비 내리는 밤.. (3) | 2024.10.18 |
우리 착한 멍뭉이 (4) | 2024.10.16 |
따로 또 같이 (7) | 2024.10.13 |
함께해서 좋았던 (7) | 2024.1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