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괜찮은 오늘 2024

멍뭉이 삐짐

그냥. . 2024. 12. 17. 22:55

다는 알 수 없지만 멍뭉이에게도 사람과 같은
감정이 있다는 걸 느낀다.
어쩌면 사람보다 더 한결같은 감정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걸
우리 멍뭉이를 보면서 깨닫는다.
삐진 멍뭉이다.
이유가 있다
똥꼬를 아빠 쪽으로 대고 누웠다는 이유로 아빠한테
꿀밤 시늉 한대 맞고서는 기분이 나쁘신 멍뭉이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요~도 아니고..
어처구니없다는 표정..
그냥 눕고 싶은대로 누웠을 뿐인데 
생각지도 않게 아빠가 꿀밤을 먹였다고 삐지셨다.
화해하자~ 아빠가 미안.. 뽀뽀 뽀뽀~ 
하며 멍뭉이를 불러대도 바라도 안 보시는 멍뭉
그러다가 아빠 말 안 들으면 아빠가 더 삐질 수 있다는 
걸 감지하고 어거지로 아빠 볼을 할짝 하는 시늉만 하고는
이불속으로 피신 하셨다.
멍뭉이에게도 기분 좋은 걸음이 있고..
가고 싶지 않은 산책 길이 있고..
만나고 싶지 않은 견종도 있고
멀리서 보이기만 해도 반가운 견종 친구도 있고..
나보다 더 먼저 알아보고 꼬리 흔들여 대며
친한 척하는 사람도 있고...
배 고프면 짜증 나고
배 부르고 등 따시면 졸리고
볼일 보고 싶은데 엄마가 산책 갈 생각을 안 하면
재촉을 하기도 한다.
나 없으면 우울해서는 밥도 잘 안 먹고..
남편이랑 둘이서 나가려고 준비를 하면 저도 데려가라고
따라다니면서 졸라대고
나 혼자 나갈 준비를 하면 
간식 하나 얻어먹고는 소파 위에 앉아 지금부터 기다릴 거니까
빨리 와야 해~ 할 줄도 안다.
멍뭉이도 저렇게 표현하는 감정을 나는 나를 얼마나 이야기하며
살았을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어제 동생을 만나고 와서 집에서 통화를 하는데...
한참 걱정을 들었다.
잘 먹으라느니 건강 챙기라느니.... 등등등...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해도.. 늘어지는 걱정...
지금은 안 그래.. 그때는.. 반항하는 방법이기도 했어. 
했더니..
반항을 그렇게 하느냐고 더 악착같이 스스로를 챙기고 살아야지.. 한다.
그러게 좀 봐줬으면 바랬었나 봐 아마.. 했더니
아이고 누나.... 하며 안타까워한다.
그때.. 그 시절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쩌다 나와 내가 동생에게 이런 변명들을 늘어놓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랬다.
그때는 나는... 나를 상처 내는 걸로..
나 이렇게 아프다고..
나 좀 봐 달라고 울부짖었던 적 있었지..
근데 그때는 안 봐주더라고..
그리고.. 이렇게 수 십 년의 세월 속에 
할퀴고 난 뒤 앙상함만 남은 나를... 이제는 보네..
근데....  봐주는데... 봐주니... 미안하네
나를 관리 못한 내가...
모든 가족들에게 미안한 존재가 되어 간다는 게.. 참..
정말 바보 같이 살았구나 싶다.
이런 바보가 또 있을까... 싶어..
앞으로라도 그러지는 말아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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