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노트북 앞에 앉았다.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닌데
뭔가 귀찮았다.
골방이 너무 춥다는 걸 이제야 제대로 인지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독감 된통 앓고 나니 열 며칠이 지나가 있었다.
날마다 들어가 앉아 난로가 나를 따듯하게
감싸 줄 때까지의 그 시간을 견디며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일은 일상이었는데
일상은 작은 변화에도 금방이라도 깨질 수 있는 것이었던 거다.
감기에 감기 후유증으로 따라붙은 소화 불량에..
이제 좀 살만하니
추운데 들어가 앉아야 하는 일이 망설여지는 건
노트북 아니어도..
그 추운 골방 아니어도 일기는 어디서든 얼마든 쓸 수 있다는 것
조금을 불편함만 감당한다면 말이다.
그리고 오늘은..
모두 잠든 고요한 밤 식탁에 앉아
그동안 잠만 자고 있던 노트북을 깨웠다.
얘도 나 아니면 엄청 심심할거야.
하루고 이틀이고 잠만 자다가 내가 흔들어 깨워서
고작 하는 일이라고는 키보드 툭탁 거리며
마음이나 몇 자락 내려놓는 일이니 말이다.
그래도 세상 그 누구보다도 내 말을 잘 들어주는
노트북... 이 노트북..
나는 참 좋다.
4~5년쯤 된 것 같다.
그래도 여전히 내 말을 가장 잘 들어준다.
들어주는
내려놓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세상 살아가는 데 있어
얼마나 큰 위안이고 힘이 되는지..
저는 몰라도
나는 안다.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낮에는 혼자 앉아 있어도 들리지 않던 소리가
고요한 이 시간에는 제법 크게도 들린다.
있으면서도 없는..
내 귀에 이명 같다.
너무 오래되어서 익숙하지만
절대 친해질 수 없는..
불편하지만
나름 또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는
늘 있지만
가끔 잊히기도 하는...
사라지길 바라지만
사라진다면 허전할 것도 같은 이명.
가둘 것처럼 요란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더불어 살아보자고 손 내미는 것 같은
이명..
ㅎ...
냉장고 소리는 멈췄는데
내 귀에 소리는 여전하네
그래 그게 바로 이명이지.
그렇지만 나는 네가 그렇게
뭐 아주 많이 불편하거나
성가시거나 그러지는 않아.
정들었나 봐.
쓰잘 데 하나 없는 정..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