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제법 풀렸다.
바람도 좀 얌전해진 것 같고 우선은
기온이 올라가니 바람이 날 뛰어도
철부지 어린아이 장난 같다.
산책 나가는 길에
봄날 같아서 가벼워진 내 옷 옷을 벗어던지고
지 털옷만 입은 멍뭉이
가벼운 걸음으로 걷다가 혹시? 싶어 햇살이 잘 드는 곳을 살피니
이렇게 예쁜 봄까치 꽃이 반갑게도 피었다.
봄까치 꽃이라 더 반갑다.
봄이 멀지 않았다는 말이잖아.
봄은 어떻게든 오고 있는 것이다.
엄마 목소리가 조금 갈라지는가 싶어 물었더니
텃밭에 풀도 뽑고, 마늘사이에 있는 풀도 뽑으시고
마늘에 비료도 뿌렸다고 하신다.
벌써 일 시작하느냐 물었더니
살살 시작해야지~ 하신다.
감자도 심어야고, 마늘 관리도 해야 하고 풀도 뽑아야 한다고..
우리 집 텃밭에도 풀이 제법 있는데 지금부터 뽑아야 하는 게 맞나 보다.
나는 더 따듯해지면 뽑을까 했었는데 말이다.
감자는 뭐 하러 심으시냐고
그냥 사다 먹어도 그만이라고
엄마 병원비가 더 나온다고 말씀드려도
어떻게 있는 땅을 놀리냐 하신다.
놀리면 어때서. 누가 뭐라는 사람도 없고
날이나 따듯해지면 그때 봄 작물이나 심지~ 했는데도
평생을 멍에인지 습관인지 아니면 아니면
놓을 수 없는 동아줄 같은 건지 모르겠는데
엄마는 다시 병원 다니는 일 생기더라도 일은 하셔야
하는 모양이다.
젊은 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나저나 감자나 심어볼까?
근데 감자 심으면.. 엄마네서 안 가져올 거고.
그럼 또... 농사지어도 가져다 먹는 자식도 없다고
서운해하실라나 싶기도 하다.
엄마는 엄마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다.
그래 어쩌면 그게 옆에서 보기에는 왜 저렇게까지 하나..
싶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평생을 그렇게 사셨는데...
일 놓으면 삶이 깨진다고 생각하시는 건 어쩌면..
일상이 무너지면 모든 게 깨진다고 생각하는 나와 다를 게 없는 것 같다.
봄은 금방 올 것 같으면서도 쉽사리 다가와 주지 않지만
꼭 온다.
나는 그것을 안다. 그래서 더 기다릴 수 있다.
나는 어른이다.
아들보다 더 어른이다.
잠시... 기운이 빠질 수는 있지만 더 빨리 마음 다잡고
아들을 돌아봐야 할 어른이다.
좋은 일은 머지않아
봄처럼 빵긋 웃으며 다가올 것이다.
이미 코 앞까지 와 있는지도 모른다.
깜짝 봄기운에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아롱아롱
살짝 나른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봄이
봄까치 꽃처럼 다가올 것이다.....
기대되는 3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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