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오늘도 좋은하루)

말하지 않아도 알아지는..

그냥. . 2025. 2. 23. 23:25


밤이 깊어가고 있는 탓일까?
작은 세상에 들어 와 열흘 째 살고 있는 구피들의 
움직임이 보이질 않는다.
불 꺼진 거실.. 어두운 세상 
저 작은 생명들도 어둠이 깊으면 본능적으로
움직임을 줄이는 걸까?
어디 숨었는지 숨을 곳도 없는 작은 어항 속에서
보이질 않더니
식탁등을 밝혀 놓고 한참을 들여다보니 살근살근
움직임이 조금 있다.
자는데 누가 불켰어! 눈부시잖어 투정하는 것 같다
미안 잠깐 일기만 쓰고 불 끌게~
 
점심에 짜장 먹으러 갔다.
사실 나는 짜장을 먹지 않는다.
언제부터 안 먹었는지는 기억이 없다.
아주 오래전에는 마트에서 춘장을 사다가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은 기억이 있기는 하지만 그때가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중화요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기름기 많은 음식 자체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인 듯싶다.
그래도 가끔 가게 되는 날이면 짬뽕을 먹는다.
오늘은 남편은 간짜장 나는 우동.
이 식당 우동이 괜찮다.
뚝배기에 수북히 담겨 나온 것을 보고 우와 양 많다~
했더니 남편이 먹을 수 있는 만큼만 먹어! 한다.
느끼하지도 않고, 자극적이지도 않고, 맵지도 않다.
그냥 딱 개운하고 깔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입안에 넣는 속도보다
면이 불어나는 속도가 빠른 걸까?
아무리 아무리 먹어도 양이 줄지 않는 느낌...
다음부터는 절반만 달라고 해야겠어. 
그게 될까?
말이나 한 번 해보게.. 너무 아깝잖아.
늘 드는 생각이다.
많이 먹지 못하는 사람이고 보니 늘 남긴다.
먹다 남긴 것 같은 것이 아니라
맛이 없나? 싶을 정도로 남기다 보니 이건 
어떨 때는 좀 민망하기까지 하다.
팔부쯤 남아있는 음식 앞에 나를 보며 남편이
다 먹었지~ 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배불러.. 너무 많아~ 하며 
슬그머니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나처럼 어른도 얼마 먹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주문할 때 양을 반만 주세요~ 해도 될까 싶다.
예전에는 남편이나 아이들이 도와주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남편도 먹는 양이 예전 같지 않고
아이들은 함께 할 때보다 그렇지 못할 때가 더 많고 보면..
사실.. 밥에서 벗어나는 것 만으로 좋기는 하지만
여러모로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늘도....
탕수육 세트메뉴 시킬까~ 하던 남편이...
아니야 그냥 먹자. 다음에 세트메뉴 시켜 먹고.. 하는 건..
ㅎ...
소화가 더디 되어서 좋은 건
배고픔을 잘 모른다는 것..
원하지 않아도 조금 먹게 된다는 것
그러니 맨날 요 모양 요 꼴로 살아가고 있기는 하지..
 
엄마한테 가려고 전화를 했다.
목소리가 잠기셨다 감기가 왔다고 오지 말라 신다.
몇 년 전부터 겨울이면 감기 때문에 고생을 하시는 것 같다.
감기... 차라리 나한테 오지는..
혼자 계시는 엄마한테 가서 그러는지..
저녁에 통화할 때는 그래도 낮 보다 나아지신 것 같아서 다행이기는 했다.
내일은 병원에 다녀오시라 했는데...
알아서 하시겠다 하시는 것이.. 아마도 건너뛰실 모양이다.
엄마가 안 아팠으면 좋겠다.
혼자 계시는데 아파도 알아서 밥 챙겨 드셔야 하는데..
감기 걸리면 가지도 못하게 하시는데 
엄마 감기 다 내게로 와도 좋으니 엄마는 모르는 감기 였으면 좋겠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말...
지금 전화로 목소리만 들어도 엄마가 어떤지 
미주알고주알 이야기 하지 않아도 어느만큼은 알 것 같다.
엄마도 그러겠지.
지금이야 그러려니 하시겠지만
그늘 없는 땡볕에 서 있는 것 같은 날들을   
 살아내고 있을 때
내 목소리나 표정을 보시면 다 알지 않으셨을까 싶다.
어땠을까?
힘들다고 죽을 것 같다고 단 한번도 말하지 못하는 딸을 보며
엄마는 또 얼마나 아팠을까?
내가 아이들이 말하지 않아도 얼굴 표정이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의 파장만 들어도 아이들 컨디션을 점찍어 내듯이..
울엄마도 그랬겠지
울 엄마.. 참... 나 때문에 엄마도 많이 가슴 아팠겠구나 싶다.
그래서 지금... 엄마는 나를 그렇게도 애틋해하시는 것이 아니겠는가.
먼저.. 뭐가 힘드냐 어쩌냐 물으시지는 않으셨을지언정...
몰라서  묻지 않았던  건 아니었겠다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지는..
내놓고 말할 수 없는 그 엄마로서의 사정이나 어쩔  수 없는
뭐 그런..어찌 해 줄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안타까움 같은..
ㅎ...
울 엄마도 참 힘들었겠구나.
내가 엄마를 많이 힘들게 했겠구나... 싶은 애처로움..
내 눈에 행복한 것만 보였으면 좋겠다.
내 느낌에 뭐가 저리 좋을까~ 좋아 보여서 좋다... 싶기만 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연기를 잘해서가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편안함이 내 눈에 가득가득 차 올랐으면 좋겠다.
그거면 좋겠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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