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고 해서
비가 내릴 것 같은 하늘이어서
비가 함께 할 것 같은 바람이 불어서
화분을 마당에 비마중 시키고
상추랑 열무랑 씨 뿌려 놓고 덮어 놓은 비닐 터널을
걷었는데
비는 없고 바람만 있다.
비는 오늘도 말로만 내리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비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인지
비는 처음부터 마음이 없었는데 사람이 그 마음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하고 비에게 거짓말을 시키는 결과가 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무튼..
비는 내리지 않았다.
그랬다.
비가 좀 내렸으면 좋겠구먼 봄은 왜 이렇게 뻣뻣하게 건조하기만
한 것일까?
지금 이 시점에 비가 내려준다면
뿌연 하늘도, 날리는 흙먼지도 그리고 목마른 새싹들도
모두 모두 환영할텐데 말이다.
더 환영 받고 싶은 걸까?
더 애를 태워서 더 기다리게 해서
더 목메이게 해서 맨발로 달려 나와 두 손으로 환영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얄미운 비다.
그러지 않아도 적당히 애 태우고, 적당히 기다려주면
못 이기는 척 내려주고 그러면 더 고마워하고
더 반가워하고 더 감사할텐데
비도 가끔은 멍텅구리 같고 고집불통 같다.
이 밤..
비가 내리나 해서 창문을 열었다.
찬 기운만 훅 하니 밀려 들어온다.
침대 위에서 이불속에 다리 집어넣고 뜨개질하고 있을 때는
더웠다 추웠다 하더니 그것이 다 이불 덕분이었던 모양이다.
창문 하나로 이렇게 간사스러운 몸은 춥다 하니 말이다.
벚꽃잎이 흩날리고 있더라고.
어느새.. 꽃은 피고 또 떠날 때를 알고 떨어지고 있는 봄..
비와 함께 벗꽃잎이 날려준다면 ㅎ...
미련이 많다. 내가..
이미 비는 없고, 바람에 날리는 벚꽃잎만 있는데 여전히 비타령이니 말이다.
요즘은 마당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
낮에 뜨개 하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마당에 왔다 갔다 하는 것만으로도 볕이 강한 모양이다.
얼굴이 따끔 거리는 걸 보면..
예전에는 일을 어떻게 해 먹고살았는지 몰라..
동서가 화분 세 개를 가져다 놨다.
햇살이 적은 자기 집에서 키우기 미안한 아이들이라며
피쉬본 두 개 하고..
하나는 이름이 길던데 다시 이미지 검색 해서 찾아봐야지
내 머릿속에서는 지워졌다.
몇 번 찾아보다 보면 외워지겠지.
잘 키워야지 싶다.
성격대로 깔끔하게도 키웠더라고...
햇살 많은 우리 집에서 잘 자라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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