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07

아침

그냥. . 2007. 12. 6. 17:20

 

★ Ace Cannon - Laura ★

이른 아침 서둘러 엄나네 집으로 향했답니다.

내 딴엔 서두른다고 서둘렀는데도 도착하니

벌써 동네 아주머니들이 몇분 와 계시더라구요.

완전무장 태세를 갖추시고 행여 머리카락

한올이라도 빠질세라 모자 하나씩 챙겨 쓰시고

전장터에 나가듯 오신 아주머니들과

이른 점심을 먹고 엄마를 도와 김장을

시작했답니다.

커다란 고무통 동그란 뚜껑한가운데

양념바가지를 놓고 절인 배추를 비잉

돌려 놓고 앉아 배추 버무리는 일이

왜 그렇게 정겹고 즐겁고

좋아 보이던지..

십여분의 아주머니들이 오순도순

이야기 나눠가며 이렇게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김장을 한다니..

대부분 아주머님들 입술은 다 부르트고..

피곤해 보여도 목소리는 크고

좋으시드라구요.

그래..울엄만 여기서 이렇게 어울리며

살아야해..싶은 생각이..

상자 여섯개를 채워

동생네 두박스, 사돈네 한박스,

언니네 그리고 삼촌네도 한박스

작은어머니네까지 한박스...

마을회관에 한박스..

앞집 아주머니 복잡하다고 찜통으로 한통

울엄마 손은 왜 그렇게 큰지..

큰엄마네 조금..동네 나이많으신 어른네 조금..

큰집 올케언니네 한통..

나 한통...

그 고추가루에 양념에 젓갈에...

만만찮았을텐데..

여기저기 주고 싶은데도 많고..

보내고 싶은데도 많고..

엄마꺼하고 언니네 동생네꺼만 하고

말라고 해도...

항상 그럽니다.

그러니..넉넉하게 살지 못하는 거라 말해도..

그러는 엄마 보면서 많이 배웁니다.

그래...참...잘해..엄마는..싶은것이..

더 넉넉하고 여유 부릴수 있는

엄마 마음을 닮아가는

딸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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