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0

두렁이에 대한 추억...

그냥. . 2010. 1. 24. 16:50

 

 

2년전 5월 이야기 입니다.

 

산에 갔다가...두렁이를 잃어버리고 왔습니다.

내일 할아버님 제사..

남편과 아이들..두렁이랑 할아버님 산소에 갔다가...

잘 따라 오길래..

지난번에도 안보였다가 잘 찾아 오길래

별 걱정 없이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며 갔었는데..

목이 터저라 불러도..

다리에 쥐가 날때까지 찾아 다녀도 보이지 않네요.

남편도..안절부절..큰넘도 작은넘도 울쌍...

어디 갔을까요..우리 이뿐 두렁이는..

찾아 올꺼라고..남편은 그러는데.. 정말 찾아 올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한두방울..

일찌감치 서둘러 어둠이 내리고 있구요.

막둥인..아직도 대문밖을 서성이고..

난...저녁준비를 해야 하는데 맘이 잡히질 않네요.

울 두렁이 찾아 오겠죠. 그러겠죠..

비가 온다는데.. 걱정입니다.

 

주인 잃은 물그릇엔 빗물만 출렁출렁...

밤새 비는 내리고...천둥 번개 요란했습니다.

할아버지 산소 다녀오는 길에 잃어버린 두렁이가..

차라리 누군가 데려 갔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아이들을 달랬습니다.

이뻐서..너무 이뻐서 누군가 데려갔을꺼라고...

우리보다 더 좋은 주인 만났을꺼라고,

이뿌고, 착하니까..

밤내..비는 내리고 몇번이고 현관문을 열고 나가봐도..

바람소리 빗소리뿐...

마음이 아팠습니다.

너무 빨리..목줄을 풀어버린게 잘못인듯 발등을 찍고 또 찍고...

마음이 아팠지만..누구 하나 말을 꺼내지 않았습니다.

아이들도..남편도..나도..

우리 모두에게 두렁인...강아지 이상이였거든요.

새벽같이 눈을 뜨자마자

여기저기..뒷산을 둘러싼 동네 지인들에게 부탁 전화를 하고...

걸음으로..한바퀴 차로 한바퀴..

허탕치고 돌아오는 남편의 어깨가 무거워 보였습니다.

창밖을 내다보는 일이...두려워 졌습니다.

잠에서 깬 막둥이..엄마 두렁이는..하고 묻는데 눈물이 왈칵 솟았지만...

어쩌겠습니까..

골목길을 서성이시던 어머니..남편을 급하게 부릅니다.

두렁이가 돌아온 겁니다.

꼬질꼬질..비를 쫄딱 맞은..우리집 두렁이가..

가족들 찾아..돌아온 겁니다.

밤새..비를 맞았겠지요. 배가 또 얼마나 고팠을까요.

따듯한 물에..밥 가져다 주니..좋다네요.

젖은 몸도 좀 닦아주고 어디 갔다 왔느냐고..한데 때려주고 싶었지만..

너무 고마워서.. 찾아와 준 우리 두렁이가 너무 고마워서...

ㅎ..

역시~ 풍산이여..

어이~ 두렁..

한마디씩 하는 아들넘과 웃음꽃이 핀 남편..그리고 어머니..

이젠..절대 산 운동은 없다~ 하는 큰넘말에..

아녀..걱정 마라..찾아 오잖어..하는 남편..

다행입니다.정말 다행이에요.

가슴이..참 많이 아팠는데..

 

2년전 두렁이 잃어 버렸던 사건 이후..

우린 다시는 두렁이를 데리고 산에 가지 않았습니다.

분명 다시 찾올꺼야...싶으면서도 잃어버리면 어쩌나..싶은 마음에

한번도 두렁이를 산에 데려가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남편이랑 '남자의 자격'이라는 티비를 보다가...

지리산을 등반하는 것을 보다가..간만에 산에가 다녀올까~

하는겁니다.

그래서 작은넘 꼬드겨 같이 나가는 길에 간만에 두렁이를 데리고

갔지요.

어찌나 좋아하는지..

풀어 놓은 목줄이 참....구속이구나...싶게 느껴질만치

두렁이는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한참을 앞서가다가 안보이면 다시 달려와 확인하고

그렇게 그렇게 마른 풀대를 헤치고 낙엽을 밟으며

가파르다면 가파는 뒷산을

잘도 오르락 거리네요.

하도 앞서가길래...잠깐 숨어볼까..하고 수풀뒤에 가만히 숨어 있었더니

정신없이 달려와 반갑다고 꼬리치는 영리한 두렁이...

이렇게 좋아하는걸 그동안 못해줬구나 하는 미안함..

앞으로 종종..시간 되는데로

데리고 뒷산에 올라야 할까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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