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정읍에 가면서 문득..
길이 참 낯설다는 느낌이 들었다.
늘 다니던 길인데...
이제는 눈감고다 찾아 다닐수 있어야 할만큼
오랜 세월을 지다 다니던 길인데
건물 하나 하나가..
간판 하나 하나가...
도시의 풍경, 거리의 풍경들이
뭐 별반 다를것도 없는데 참 낯설게 느껴졌다.
이쪽길에는
이런 이런 상가가 있고, 이런 병원이 있고,
이런 관공서가 있고...
여기엔 차가 밀리고 신호가 많이 걸리고....
그정도는 알아야 하는데...
눈에 화악 들어오는 건물이나 간판이나
거리 풍경 같은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
그냥 습관처럼 어느지점에 가서 우회전을 하고
어느지점에 가서 자동차 전용도로를 타고...
어느지점에 가서 갓길로 빠져 나가면 된다는..
큰 갈림길 정도를 기억하고 있는거 말고는
거의 대부분이 낯설다는 사실을 깨달은것이다.
난...
멍청하다 싶을만치 길치이고 사람치이고..
그렇다.
그래서 그런가.
늘 다니던 길에서 한 블럭만 벗어나도 헤매기 일쑤고
몇번을 만나 이야기 나눈 사람도
기억하지 못할때가 많다.
가만...
생각해보니..
어쩌면 있지..
살아가는것도..
늘 같은 길을 오고 가는것 같아
다 알고 있는것 같지만..
모르고 지나치는 부분이 더 많은..
그래서
늘 같은듯 하루도 같은날이 없는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같은 하늘 아래라 해도
어제 불던 바람이 오늘 다시 불지 않고,
어제 빛나던 별빛이 같아 보여도 오늘 별빛과 같지
않은것처럼..
조금씩 조금씩 변해가고,
또 잊혀져 가고
새로운것을 발견해 가는것이
사는게 아닌가...싶다.
나 같은 길치가 살아가는 세상도
타인이 보기엔 답답해 보일지 모르지만..
나름..
익숙함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해 내는 즐거움 있다.